[Question & Change]〈1〉 비대면 모바일 세탁 사업 ㈜의식주컴퍼니 조성우 대표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가 런드렛에 기대어 웃고 있다. 오후 11시 전 문 밖의 런드렛에 빨래를 넣어 놓으면 비대면으로 수거한 뒤 세탁해 다음 날 밤 배달해 준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창업 열기가 뜨겁다. 크고 작은 스타트업에서 고용과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동아일보는 ‘Question & Change’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길을 만들면서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는 창업가들을 소개한다.》
요즘 서울 마포의 오피스텔에도, 용산구의 나인원한남 등 초고가 아파트에도 문 앞에 자주 보이는 물체가 있다. 자물쇠가 달린 120cm 높이의 직사각형 박스. 이름은 ‘런드렛’이다. ㈜의식주컴퍼니의 조성우 대표(41)는 당연하게 생각돼 왔던 것들에 질문을 던진다. 집 안에 세탁기는 꼭 필요한가.
○ 집 안에 세탁기가 없다면
“세탁이라는 단어를 재정의해야 합니다. 동네 세탁소는 주로 드라이클리닝을 하지만 우리 삶에서 세탁의 절반은 물빨래예요. 세탁을 통합적으로, 그것도 비대면으로 하루 만에 해결해주는 서비스(런드리고)가 있다면 소비자들은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겠죠.”
조 대표의 신념은 ‘세탁 혁신은 주거공간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집 안에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를 두려면 두 평은 필요합니다. 평당 1억 원인 서울 반포자이 아파트라면 세탁공간에 2억 원이 드는 셈이에요.”
그의 집에는 세탁기가 없다. 그는 빨래를 인생의 ‘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을 구성하는 중요한 ‘소재’일 뿐이다. 하지만 누가 빨래를 할 것인가로 부부가 싸우다 보면 소재가 주제로 둔갑할 수 있다. 빨래로 싸우다 이혼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하는 사업인데도 ‘내가 직접 빨래하는 게 속 편하다’던 어머니가 맞벌이인 저희 부부의 아기를 돌봐주시면서 석 달 전 런드리고를 ‘영접’하셨어요.”
○ ‘성취의 기쁨만 기억한다’는 창업 DNA
처음 차린 소셜커머스 스타트업 ‘덤앤더머스’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곧 대박 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인턴을 27명이나 뽑았다. 자본금 1억5000만 원 중 3500만 원을 한 시간짜리 배너 광고에 썼다가 서버가 다운됐다. 6개월 만에 울면서 사과하고 이별했다.
남성 직장인 대상 와이셔츠 배송으로 사업을 틀었다가 신선식품 새벽 정기배송 사업에서 답을 찾았다.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간 투자회사에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을 만나 보라고 했고 김봉진 대표가 직접 찾아와 그 자리에서 “인수하겠다”고 했다. 업계 용어로 ‘엑시트(exit·투자 회수)’에 성공했다. 좀 쉴 만도 한데 조 대표는 ‘런드리고’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창업가는 망각의 동물이에요. 성취했을 때의 기쁨만 생각나는 거예요. 그게 창업의 DNA인가 봐요.”
○ “투명하게 일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는 영세하고 고령화된 국내 세탁업을 미래 산업으로 접근했다. 지금까지 750억 원을 투자받아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팩토리들을 지었다. “유독 세탁업만큼은 모바일로 진행되지 않았고 도제식 문화가 강해 지식의 공유도 이뤄지지 않아요. 세탁에서도 일하는 방식을 극단적으로 투명하게 바꿔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는 새로운 시장을 계속 읽어낸다. 사람들은 점점 더 몸과 정신이 편안한 방향으로 지갑을 열고 있다. 얼마 전 비대면 옷 수선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으로 입어 보지 않고 옷을 사니 수선할 일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엔 샴푸와 수건 등 호텔급 라이프스타일 제품도 협업해 팔기 시작했다. 런드렛을 통하면 별도 배송비가 들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포장재도 필요 없다. 그는 의(와이셔츠 배송), 식(신선식품 배송), 주(세탁 등 라이프스타일)의 순서로 ‘더 나은 삶’을 추구해 왔다. 그는 그것이 그의 대체 불가능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이름의 의미: 의식주컴퍼니의 영어 사명(社名)은 ‘Lifegoeson’이다. 의식주는 계속 존재하고, 풍요로운 삶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는 커질 수밖에 없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