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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 무소식’ 암흑물질 정체를 밝혀라

입력 | 2022-02-14 03:00:00

광자력계로 미세 자기장 변화 감지… 유력 후보물질 탐지 속도



IBS 액시온및극한상호작용연구단은 초전도 공진기를 이용해 암흑물질 유력후보물질인 액시온을 검출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신윤창 연구위원 제공


독일 마인츠대 과학자들은 지난달 21일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을 포함한 미국 중국 등 8개국 연구팀과 ‘광자력계’로 불리는 생소한 관측장치의 시범 가동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광자력계는 지구 자기장의 10억분의 1에 불과한 매우 약한 자기장 변화도 감지할 수 있는 첨단장비다. 그놈(GNOME)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각국의 과학자들이 뭉친 것은 인류가 아직 정체를 규명하지 못한 암흑물질을 찾기 위해서다.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 중 항성, 행성, 가스 등 인간이 볼 수 있는 것들은 단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암흑물질은 약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옥 IBS 액시온및극한상호작용연구단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 프로젝트는 원자핵과 암흑물질 유력 후보인 액시온이 만났을 때의 미세한 자기장 변화를 광자력계로 감지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암흑물질의 정체를 확인할 방법은 빛, 중성자, 양성자 등 인간이 볼 수 있는 물질과 만났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관측하는 것이다. 물질끼리는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이어서 상호작용으로 생긴 미세한 주변 환경 변화를 통해 암흑물질의 정체를 확인한다.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먼저 떠오른 것은 ‘윔프(WIMPs)’라는 물질이다. 윔프는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무거운 입자라는 뜻이다. 1980년대부터 30년간 검출 시도가 이어졌으며 현재는 전 세계 10여 개 연구팀이 검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거론되는 물질은 윔프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위스프(WISPs)’다. 위스프 중에서도 가상의 입자인 액시온이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현재 IBS 액시온및극한상호작용연구단과 미국 워싱턴대는 액시온이 광자(빛)와 상호작용할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공진기라는 장치를 통해 검출을 시도하고 있다. 공진기는 특정 주파수를 갖는 광자를 저장한 장치다. 광자가 액시온과 만나면 아주 미세하게 변하는데, 공진기의 주파수와 일치하면 미세한 신호가 증폭되면서 검출이 가능하다.

IBS는 1∼8GHz(기가헤르츠)의 주파수 영역대에서 액시온 검출을 시도하고 있다.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IBS 액시온및극한상호작용연구단장은 “액시온 검출을 위해서는 공진기를 강한 자기장을 생성할 수 있는 장치 안에 넣어야 한다”며 “연구단은 2019년 8테슬라 이상의 강한 자기장에서도 초전도성이 유지되는 초전도 공진기를 만드는 데 성공해 워싱턴대와 이 분야를 선도하며 경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초전도 공진기는 휴대전화가 감지할 수 있는 신호보다 1경분의 1에 불과한 미세한 신호를 감지해야 해서 특수 진동 저감장치와 극저온의 냉각장치가 동반된다. 검출 확률을 더 높이기 위해 계속 장치를 개선 중이다.

액시온 검출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이 그놈 프로젝트다. 김동옥 연구원은 “액시온이 2차원의 벽 같은 형태를 이룬다고 가정할 때, 이 벽이 지구를 통과하면 지구상 물질과 만나 미세한 자기장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전 지구에 광자력계를 설치해 이를 동시에 감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윤창 IBS 액시온및극한상호작용연구단 연구위원은 “시범 가동에서 암흑물질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관측할 신호 범위를 낮춰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