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등에 주는 ‘의리 초콜릿’ 줄고 가까운 사람만 주는 고가 선물 늘어 명품잡화-남성속옷 판매 2배 증가 유통업계, 100만원대 와인 등 출시…초콜릿도 프리미엄 수요 증가세
유통업계는 올해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프리미엄 초콜릿부터 홈파티용 와인, 스테이크까지 상품 구색을 넓혔다. 사진은 현대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디바 골드 디스커버리 컬렉션(위부터), 롯데마트 홈파티용 등심스테이크, 신세계백화점 150만∼200만 원대 샴페인,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레드벨벳케이크. 각사 제공
대학생 이모 씨(23)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남자친구에게 선물할 30만 원대 명품 팔찌와 샴페인 한 병을 구매했다. 이 씨는 “밸런타인데이 때 으레 주고받던 초콜릿은 이번에 준비하지 않았다”며 “그 돈으로 남자친구와 ‘홈파티’하면서 줄 더 비싸고 좋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밸런타인데이 선물 양상도 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회사 동료나 친구들과 예의상 주고받던 ‘의리 초콜릿’을 줄이는 대신 가까운 사람에게 줄 와인과 명품잡화 등 고가 선물이 인기다.
올해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유통업계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건 디저트용 와인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홈파티를 즐기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특별한 날에 곁들이기 좋은 프리미엄 샴페인에 주력했다. 작황이 좋은 해에만 생산해 희소성 높은 샴페인 제품들을 150만∼200만 원에 선보였다. 호주에서 국보로 지정한 프리미엄 와인도 최대 120만 원에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밸런타인데이 선물 수요를 겨냥해 소믈리에 출신 상품기획자가 엄선한 디저트용 와인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특별한 날 고급 주류 선물이 크게 늘어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도 관련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지인 여러 명을 두루 만나는 대신 가까운 사람에게 ‘통 크게’ 투자하는 최근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 생활방식이 확산하면서 넓고 얕은 사회생활 대신 좁고 깊은 관계에 정성을 쏟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소수와 더 깊은 관계를 맺는 집중화 현상이 나타났다”며 “사회생활용 선물 지출을 줄이는 대신 가까운 사람과 고급 선물을 주고받고 홈파티를 즐기며 더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콜릿도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수요가 증가세다. 같은 기간 G마켓에서 판매된 초콜릿 객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32% 높아지며 명품잡화 등 남성용 선물보다 금액 증가폭이 컸다. 유통업계는 프리미엄 초콜릿 구색을 넓혔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는 세계 3대 초콜릿으로 꼽히는 벨기에 초콜릿 명가 제품을 오프라인 단독 판매하고, 롯데백화점은 1cm 두께로 얇게 썰어먹는 이색 초콜릿을 단독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G마켓 관계자는 “대면 모임이 줄면서 의례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주던 초콜릿을 생략하고 꼭 마음을 전해야 하는 사람에게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달 화이트데이에 때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