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룰루서 만난 한미일 외교장관 한미일 외교장관이 12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만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3국 장관은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시험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 정의용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호놀룰루=AP 뉴시스
미국이 엊그제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향후 1, 2년 안에 달성해야 할 10가지 액션플랜의 하나로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를 제시했고, 동맹·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특히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강화를 장려한다”고 명시했다. 한일관계 강화가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중 하나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와이에서 열린 한일, 한미일 외교장관의 연쇄 회담은 이를 위한 미국의 물밑 중재 속에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였다. 한일 외교장관은 북한 미사일 대응 등 공동의 안보 현안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양자 관계에서는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역사 문제로 평행선을 달렸다.
등 떼밀리듯 회담에 나온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에 항의하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은 “한국 측의 독자적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되레 항의했다. 사도광산 등재는 일본 시민사회 단체는 물론이고 정치권 내에서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가 끝내 강행한 사안이다. 한국이 항의하자 이를 ‘역사 전쟁’으로 규정하고 대응 TF까지 구성했다. 이런 일본의 대응으로 이미 3년 넘게 최악의 냉각기를 겪고 있는 한일관계는 더 바닥으로 떨어져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