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후보 등록이 시작된 13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야권 단일화’를 전격 제안하면서 대선판이 본격 요동치기 시작했다. 왼쪽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안 후보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 질의에 답하는 윤 후보. 사진공동취재단·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어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국민 여론조사 방식의 야권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안 후보는 유튜브 기자회견에서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구체제 종식과 국민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 야권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윤 후보는 “안 후보의 제안을 긍정 평가한다. 여론조사도 고민하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 논의에 첫발을 뗀 당일부터 경선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안 후보는 지난해 4·7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서울시장과 벌였던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강조했다. 100% 여론조사로 적합도와 경쟁력을 조사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역행할 위험이 있다”고 반대했다. 윤 후보도 여론조사에 부정적이라고 한다. 여권 지지층의 역(逆)선택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여론조사 대신 정치적 담판을 선호하고 있다. 경선 룰을 둘러싼 기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야권후보 단일화는 ‘1+1=2’처럼 단순한 산술적 영역이 아니다. 단일화 논의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 역풍을 맞는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단일화나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성공한 사례라면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실패한 사례다.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보다 높다고 해도 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다. 정권교체엔 동의하지만 윤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중도층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설 연휴를 지나면서 안 후보 지지율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윤, 안 후보 측이 더 열린 자세로 단일화 협상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