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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둔둔처럼 올림픽도 귀엽게 흘러가길[베이징 돋보기]

입력 | 2022-02-14 03:00:00

[베이징 겨울올림픽]
평화와 우정의 상징인 판다, 대회마스코트로 품귀현상도
中 편파적 운영에 논란 커져… 올림픽 초반 싸늘한 분위기
중국인 친구가 전해준 말처럼 “싸움 그만하고 벽을 허물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13일 중국 베이징 허우하이 호수 옆에 자리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 ‘빙둔둔(氷墩墩·왼쪽)’ ‘쉐룽룽(雪容融)’ 옆을 지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베이징=강동웅 기자


“참 당황스럽네(很難過的).”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한창이던 13일 오전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으로 중국인 안(安)모 씨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화창이 순간 멈췄다. 안 씨는 6년 전 기자와 베이징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문이다. 올림픽 취재로 베이징에 와 오랜만에 안부를 주고받던 중 쇼트트랙 심판 판정 논란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 분위기가 묘해졌다. 사실 대화의 첫 주제는 이번 대회의 마스코트인 판다 ‘빙둔둔(氷墩墩)’이었다. 기자가 최근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빙둔둔 굿즈(상품)를 구했다고 하자 안 씨는 이를 부러워하며 사게 된 경로를 물었다. 그는 “중국인 모두가 판다를 좋아한다. 귀엽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국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빙둔둔을 마스코트로 삼은 건 우연이 아니다. 베이징 올림픽조직위원회는 “판다는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이라고 했다. 중국 최대 종합검색사이트인 바이두의 백과사전에 ‘판다’를 검색하면 ‘판다 외교’가 상관 검색어로 뜨고, 여기서 판다는 평화와 우정의 상징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개최국을 대표하며 올림픽 정신인 화합을 강조하기에 판다의 상징성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기념품 가게에서 빙둔둔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처럼, 대회에서 화합의 모습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중국은 4일 개막 행사에 한복 차림 여성을 출연시켜 ‘한복 공정’ 논란을 빚었다. 사흘 뒤 열린 쇼트트랙 경기에서는 선두로 레이스를 마친 한국과 헝가리 선수들에게 실격을 주며 자국 선수들을 우승시켜 빈축을 샀다. 9일 황대헌(23·강원도청)이 1500m 금메달을 거머쥔 뒤에는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중국 누리꾼이 쫓아와 악플을 달기도 했다.

다음 달 4일엔 베이징 겨울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개막한다.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쉐룽룽(雪容融)’은 눈의 깨끗함을 의미하는 ‘쉐(雪)’, 포용과 융합을 의미하는 한자어 ‘룽룽(容融)’을 활용했다. 빙둔둔처럼 쉐룽룽 굿즈가 모두 품귀 현상을 보이더라도 그 의미까지 ‘품귀’가 되진 않아야 한다. 안 씨가 어색함을 깨고 기자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건넸다.

“이제는 그만 싸우고 우리 사이의 벽을 허물 수 있길 바라(希望打破隔閡).”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