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문화재硏, GIS 연구로 확인… 4세기 해발고도 3D로 비교분석 낮은 일반거주지선 내부 안보여… 왕릉도 상대적으로 높은 곳 조성 수로 출입 외부인들은 훤히 보여… 권력 위상 보여주는 랜드마크 18세기 황해도 도로망도 재현… 당시 조세수취체계 연구 도움
4세기 금관가야 왕궁이 서민 거주지에선 보이지 않는 해발 30m의 고지대에 지어진 사실이 지리정보시스템(GIS) 연구로 확인됐다. 지배층의 위계를 공간에 구현한 것으로, 비슷한 시기 신라왕궁인 경북 경주 월성(月城)도 서민 거주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고지대에 조성됐다.
강동석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은 경남 김해 봉황동 왕궁 추정 유적과 대성동 고분을 3차원(3D) GIS로 분석한 논문(‘GIS를 이용한 고대 경관의 재구성’)을 10일 서울대 국사학과 주최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GIS는 고지도나 고서, 고고자료 등을 토대로 옛 지리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한 것이다. 텍스트 중심의 사료를 시각화해 당대 공간의 정치, 사회, 경제적 배경을 파악하는데 용이한 연구기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GIS로 18세기 조선의 지방 교통망을 분석한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를 20세기 초에 제작된 지형도 위에 재구성한 결과 황해도내 145개 구간에 걸쳐 총 2613.44km에 이르는 도로망이 깔린 것으로 나타났다. 황해도내 23개 군현이 도로를 통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었다. 반면 황해도에서 수도 한양에 이르는 외부 도로망은 파주에서 합쳐지는 네 갈래 길로 비교적 단순했다.
이처럼 외부 도로망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보니 황해도의 경우 조선 전기까지 바닷길로 조세를 거두는 조운이 이뤄졌다. 영조 때부터는 곡물 대신 동전으로 세금을 거두는 작전제(作錢制)가 시행됐다. 해운의 경우 풍랑에 따른 곡물 유실 위험이 적지 않아서다. 엄기석 연구원은 “외부 교통망이 내부 교통망에 비해 발달하지 않은 사실이 조세 수취체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