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의 팬이라는 누리꾼 A 씨는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내가 한창 힘든 시기가 있었다. (최)민정이 팬이라서 쉬면서 민정이 영상 많이 보고 난생처음 편지도 보냈다”고 말문을 열었다.
A 씨는 “(편지에) ‘나중에 꼭 만나서 사인받고, 사진도 찍고 싶다’, ‘영상 보면서 힘 많이 얻었다’고 적어서 보냈다. 선수촌으로 편지를 처음 보내봐서 혹시나 반송될까 봐 내 집 주소도 다 적었다”며 “며칠 후 집에 등기우편이 하나 왔다. 보낸 사람에 ‘최민정’이라고 적혀 있어서 너무 놀랐다”고 밝혔다.
최민정(오른쪽)이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선에서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가운데)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베이징=뉴스1
우편 봉투 앞면 ‘보내는 사람’ 칸에는 ‘최민정(빙상)’과 선수촌 주소가 적혀 있다. 봉투 안에는 사인지가 들어있었는데,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는 최민정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사진 위에는 A 씨의 이름과 최민정의 사인, 그리고 ‘응원할게요’라는 글이 적혀 있다. 사인 날짜는 지난달 9일이었다.
A 씨는 “사실 그때가 여러 사건들 있었을 때다. 민정 선수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응원하는 마음을 꼭 전달하고 싶었다. 올림픽 전 몸 다치고 마음 다치고 본인이 제일 힘든 상황일 텐데도 오히려 팬을 응원해주는 마음이 참 감동이었다. 정말 힘이 많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경기(쇼트트랙 1000m 결승) 너무 멋지더라. 그렇게 서럽게 우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내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힘들었겠지”라며 “더 열심히 응원할 거다. 더 이상 상처받고 힘들지 않길. 남은 경기들 조금은 편하게 잘 마무리하고 오길. 최민정 응원한다. 나에겐 이미 최고의 스케이터”라고 글을 끝맺었다.
쇼트트랙 여자 1,000미터 결승 11일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000 미터 결승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최민정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anga.com
평소 표정 변화가 크지 않은 최민정이기에 그의 오열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다시 눈물을 쏟은 그는 “나도 왜 눈물이 많이 나는지 잘 모르겠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것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면서 “힘들게 준비하는 동안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이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최민정은 13일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김아랑(27·고양시청), 최민정, 이유빈(21·연세대), 서휘민(20·고려대) 순서로 경주에 나선 한국은 4분3초627로 올림픽 기록(4분3초409)을 새로 쓴 네덜란드에 0.218초 뒤져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개최국 중국(4분3초863)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의 최민정 서휘민 이유빈 김아랑(왼쪽부터)이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한국 선수들 뒤로 동메달을 따낸 중국의 오성홍기가 보인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