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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붕괴참사 장례 무기한 연기…고심 깊어지는 정몽규

입력 | 2022-02-14 11:57:0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광주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인근에 마련된 붕괴사고 피해자 합동분향소에서 참배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장례 절차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4일 HDC현대산업개발과 피해자 가족협의회 등에 따르면 피해자 측은 이미 장례를 마친 희생자를 제외한 5명의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합동분향소 설치에만 동의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현대산업개발은 구조 작업이 시작될 때와 같이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현대산업개발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충분한 피해 보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가족들은 HDC현산의 책임있는 사과와 충분한 피해 보상이 있을 때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정몽규 회장은 붕괴 사고 32일 째인 지난 12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장 인근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지만 아직 분향소를 찾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붕괴 사고 7일 만인 지난달 17일 잇단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HDC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용산 본사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저의 사퇴로 책임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은 안한다”며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 직후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피해자 가족 등과 만나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겠다. 지난해 여름 학동 붕괴 참사와 이번사고 때문에 저희가 광주에 커다란 누를 끼쳤다. 끝까지 책임질 것을 약속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꼭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후 정 회장은 유병규 HDC현산 대표 등과 함께 현장에서 실종자 구조 등 수습에 전념했다.

지난 8일 붕괴 사고와 관련한 모든 피해자들의 구조 작업이 마무리됐지만 아직 피해 보상 절차와 사고 원인 조사, 정밀안전진단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우선 피해자 가족협의회 측이 책임있는 사과와 충분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피해 보상에 대한 협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측이 HDC현산과의 협의가 마무리된 후에 장례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어느 정도 관련 논의가 진행된 후 참배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산 관계자는 “사고 이후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 측과 여러 통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정 회장의 참배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 붕괴참사 합동분향소에는 가족들의 의사에 따라 피해자 영정 사진과 개인 위패는 따로 두지 않고, 헌화·분향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단에 ‘화정 아이파크 신축공사 붕괴 사고 희생자’라고 쓰인 대표 위패만 놓여졌다.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정치권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장휘국 시교육감,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서구갑 의원 등이 분향소를 찾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전날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이 대표는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 “건설현장 안전사고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입법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혹시라도 우려하고 있는 지역정치권과 건설과정에서 유착관계 등으로 학동·화정동 사고처럼 반복되는 것이 있다면 야당으로서 견제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오후 3시 46분께 화정아이파크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이 무너져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