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방역 당국이 이번 주 사적모임 6인·오후 9~10시 영업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결정을 앞두고 완화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아직 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섣불리 완화했다가 확진자와 중환자가 급증하면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4일 오후 청주 오송 질병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방역 당국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건강 피해와 필수 사회기능 유지 위험성 등 두 가지 측면”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의 정점에 대해서도 예측이 분분하다.
방역 당국은 이달 말 최대 17만명의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최근 ‘코로나19 유행 예측 보고서’를 통해 현재 확산세가 이어질 경우 다음 달 초 하루 최대 36만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 청장도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매주 모델링을 할 때마다 (정점 시기가)달라지고 있어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며 “1주 단위로 더블링이 되고 있어서 다른 나라 속도보다 더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사적 모임 6인, 식당·카페 등 다중시설 이용 시간 오후 9~10시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오는 20일까지 유효하다. 정부는 지난 4일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2주 연장을 발표하면서 유행 상황에 따라 2주 내에도 방역 조치를 강화 또는 완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도 14일 오전 기자 설명회에서 “전체적인 방역 체계를 확진자 억제보다는 중증·사망 최소화를 위한 집중 전략을 취해서 사회적 거리두기 변동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오미크론 유행이 빠르게 확산하지만 위중증과 사망자는 증가하지 않고 의료 체계 여력도 상당히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현재 의료체계가 아직 안정적인 편이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단계라고 보고 있다.
방역 당국은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1주간 전국과 수도권, 비수도권의 코로나19 유행 위험도를 모두 ‘높음’으로 평가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위원회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발생 급증으로 고위험군의 확진자 수 등이 증가할 수 있으나, 중환자 수의 급격한 증가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견을 냈다.
다만 정부와 방역 당국은 전체적인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이번주부터 위중증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면 의료체계에도 부담이 더해진다.
손 반장은 “확진 후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는 점을 보면 이번 주부터 증가할 수 있다”면서 “위중증 1500명까지 관리할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는데 관리 여력 안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자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유행 상황과 중증·사망 상황, 의료 체계를 종합적으로 보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거리두기도 조정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전자출입명부 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도 함께 논의 중이다.
학원과 대형마트 등 소송을 통해 효력이 정지된 시설을 제외하고 11종의 시설에 방역패스가 유지되고 있다. 당국은 방역패스가 여전히 중증화로 이어질 확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임숙영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지난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이후 상황에 대해 방역패스까지 포함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일상생활에서 방역패스를 계속 확인할 때 조금 더 주의해야겠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어서 목적상 유효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