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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페이’ 도입 앞두고 갈라지는 카드사들… ‘반쪽짜리’ 전락 우려

입력 | 2022-02-15 03:00:00

빅테크 맞서 간편결제 플랫폼 개방
다른 회사 카드도 사용할 수 있게
합의 8개 카드사중 삼성-현대 보류
‘얻을 수 있는 실익 적다’ 판단한듯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맞서 간편결제 플랫폼 개방을 공동 추진하던 카드사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갈라설 위기에 놓였다. 이르면 올 상반기(1∼6월) 특정 카드사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에 다른 회사의 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는 ‘오픈페이’가 도입되지만 일부 카드사의 불참으로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롯데 하나 BC NH농협 등 6개 카드사는 최근 모바일실무협의체에 오픈페이 시스템 개발을 위한 전문 분과를 개설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카드사 간 앱 연동을 위한 기술 개발을 마치고 회사별로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 이르면 올 상반기 서비스 개시가 가능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5월 현대카드, 삼성카드를 포함한 8개 카드사는 오픈페이 서비스 구축에 합의한 바 있다.

오픈페이가 도입되면 하나의 카드사 앱에서 여러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신한카드의 ‘신한플레이’ 앱에 롯데카드, BC카드 등 다른 회사의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 등 은행계 카드사들은 금융그룹 차원의 ‘슈퍼 앱’ 구축 전략의 일환으로 오픈페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합의와 달리 업계 2위권인 현대카드, 삼성카드 두 곳은 오픈페이 참여를 보류하고 향후 추진 상황 등을 지켜보기로 했다. 기업계 카드사로서 오픈페이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자체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카드는 최근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통합 앱(가칭 ‘모니모’) 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현대카드도 10일 ‘핀페이’라는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원 앱’ 전략을 추진하는 은행계 카드사들은 플랫폼을 개방해 이용자 수를 늘리면 지주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기업계 카드사는 예금 등 다른 금융 상품과 연동되지 않는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어 오히려 폐쇄형 플랫폼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경쟁사와 손잡고 오픈페이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빅테크들이 간편결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카드업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간편결제 이용 금액은 하루 평균 5590억 원으로 2년 전(2876억 원)에 비해 94.4% 급증했다. 이 중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계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49.4%로 금융사 점유율(28.5%)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높다.

빅테크의 진격에 함께 맞서자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카드사들이 각기 다른 생존전략을 취하면서 오픈페이는 일부 은행계 카드사만 참여한 채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카드사들의 ‘동상이몽’으로 빅테크에 대항하려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일부 카드사만 서비스를 시작하더라도 향후 성과에 따라 참여 회사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편의성 범용성 등을 높여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