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가전’ 들고나온 LG전자 류재철 본부장 “지금까진 고객을 구매자로 봤지만 이젠 사용자로 가전 전용 운영체제 개발중… 고령층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할 것”
류재철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UP(업)가전’이 가져올 생활가전 시장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고객을 구매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용자로 보게 됐습니다. 그렇게 사업 전략의 틀을 바꾼 거죠.”
지난해 처음으로 글로벌 생활가전 매출 1위를 차지한 LG전자가 올해 초 새롭게 꺼내든 전략은 ‘UP(업)가전’이다. 스마트폰이나 정보기술(IT) 기기처럼 가전도 업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LG전자의 생활가전 사업을 이끄는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부사장)을 11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만나 전략 변화에 대해 물었다.
류 본부장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벤치마킹 대상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에 반려동물만 남겨둬야 할 때 이들을 보호하는 기능인 ‘도그모드’처럼 작지만 고객이 감동할 기능을 자동차에 업그레이드해 반영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테슬라는 정비소 등을 방문하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차량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가전은 제조사와 고객의 관계도 변화시킨다. 류 본부장은 “기존에는 제품이 고장 나 AS센터를 찾아오기 전까지 가전 제조사와 고객(구매자)은 소통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업가전 고객(사용자)과는 끊임없는 상호 소통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씽큐(ThinQ)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은 필요한 업데이트를 요청하고, LG전자는 그에 답한다.
류 본부장은 “이를 위해 현재 가전 전용 운영체제(OS)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며 H&A사업본부에서 흡수한 MC사업본부 인력들이 OS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MC사업본부에서 H&A사업본부로 500여 명의 직원이 이동했다. 류 본부장은 “IT에 익숙한 젊은층뿐 아니라 나이 드신 분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도록 씽큐 앱을 개편하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면 고객들이 새 제품을 구입하지 않아 매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류 본부장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한 제품을 오래 사용하기 때문에 교체 주기가 길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최신 기능을 최적화된 상태로 이용하기 위해 스마트폰처럼 1, 2년마다 교체할 수도 있다”며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업가전 센터’ 운영이나 OS 개발 등 추가적인 인력 및 비용이 들겠지만, 그보다 고객이 소통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업가전을 만족스럽게 사용한 고객이 계속해서 업가전을 사용하도록 붙잡아 두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LG전자가 월풀을 꺾을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류 본부장은 연구개발(R&D) 역량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공급망 불안은 모든 기업에 똑같이 닥쳤지만 매출 등의 결과는 엇갈렸다”며 “부족한 부품의 대체재를 개발하는 훈련이 돼있고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