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아프리카 첫 여자과기원… 한국이 교육씨앗 뿌린다

입력 | 2022-02-15 03:00:00

첫 여성교육감 최정숙 선생 기려… 부룬디에 내년 9월 개교 추진
전과목 원격수업-메타버스 실습… 한국어-K팝 댄스 수업도 개설



2018년 아프리카 부룬디공화국에 설립된 최정숙여자고등학교 학생들 모습. 여학생 교육을 강조했던 독립운동가이자 국내 첫 여성 교육감을 지낸 최정숙 선생의 뜻을 기려 제자들이 기금을 모아 세운 학교다. 최정숙여고 제공


한국이 부룬디공화국에 아프리카 최초의 여자과학기술원을 설립한다. 이 과학기술원(과기원)은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이다. 학생들은 내년부터 현지에서 ‘K-메타버시티(메타버스+유니버시티)’라는 플랫폼을 통해 전 과목 원격수업으로 한국 교수들의 강의를 듣는다. 비영리단체인 ‘최정숙을 기리는 모임’(최기모)과 국가평생교육진흥원(국평원)은 ‘최정숙여자과학기술원’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이달 맺을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최기모는 부룬디에 2018년 최정숙여자고등학교, 2019년 최정숙초등학교를 설립했다. 독립운동가이자 제주 신성여중·신성여고의 무보수 교장을 역임하고 전국 첫 여성 교육감을 지냈던 최정숙 선생(1902∼1977)의 뜻을 해외에서도 이어나가기 위해서다.

최기모는 지난해 부룬디의 최정숙여고에서 졸업생이 배출된 것을 계기로 최정숙여자과기원 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배영찬 한양대 교수)를 만들고 기금 마련을 시작했다. 국평원은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의 콘텐츠와 노하우를 전달하며 협력하기로 했다. 부룬디 정부도 학교 부지를 제공하고 최정숙여자과기원에 ‘국립’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1학년 20명 정원의 컴퓨터공학 전공으로 시작해 IT 특성화 과기원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배 위원장은 “최정숙여자과기원 설립은 과거 공적개발원조(ODA)를 받던 한국이 부룬디에 정보통신기술(ICT) 역량과 교육을 수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정숙여자과기원은 2023년 9월 문을 열 예정이다. 학생들은 원격수업으로 현지에서 한국인 교수의 강의를 듣는다. 일부 강의는 기존 K-MOOC를 활용하지만, 부룬디와 한국의 문화가 다르고 양국 학생 간 학력 차도 있어 대부분 국내 여러 대학 교수가 최정숙여자과기원 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새로 제작할 방침이다. 강대중 국평원장은 “강의는 부룬디 학생뿐 아니라 한국의 일반인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의는 모두 한국어로 진행하고 영어로 자막을 제작한다. 실습은 메타버스를 통해 진행한다. 한국어 강의, 국내 연예기획사가 제작한 K팝 댄스 수업도 개설해 한국 문화도 전파할 예정이다. 설립추진위는 K-메타버시티가 잘 구축되면 향후 다른 국가에도 한국의 고등교육 모델을 쉽게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원장은 “부룬디 학생들이 국내에서 개발한 강의를 듣는 것인 만큼 교육부 장관 명의의 학사 학위를 주는 방안도 교육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