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형 류 사오린 1000m 1위 후 실격 3살 어린 동생 사오앙은 500m 金… 평창땐 5000m 계주 금메달 합작 “베이징 시내서 사람들이 알아봐”… 초등학생때 18개월간 中서 훈련 “강도 높은 훈련에 인생 바뀌어”… 유럽서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
아버지가 중국인인 류 형제는 헝가리는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아 최근 중국 패션 브랜드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한 패션 잡지에서 촬영한 사오린(왼쪽)과 사오앙 형제의 모습. 사진 출처 류 사오앙 인스타그램
헝가리 대표 류 사오린(27)-사오앙(24) 형제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한국 선수 경주를 볼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해 국내 팬에게도 친숙한 얼굴이 됐다. 형 사오린은 남자 1000m 결선에서 피니시 라인을 제일 먼저 통과했지만 옐로카드로 실격당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동생 사오앙은 13일 500m 결선에서 경기 내내 선두를 지켜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인 아버지, 헝가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형제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형제가 중국어에 능숙한 점도 호감을 높였다. 류 형제는 초등학생 시절 중국에서 18개월간 쇼트트랙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자신들의 선수 인생을 바꿔놨다고 말한다. 류 형제의 아버지가 2006년 헝가리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을 때 중국 쇼트트랙 코치를 알게 됐고, 중국 팀에서 류 형제에게 중국 현지 훈련을 제안하면서 성사된 일이었다.
사오앙은 “헝가리에서 스쾃을 10개 했다면 중국에서는 100∼200개를 해야 했다. 또 헝가리에서는 일주일에 빙상 훈련이 한두 번이었는데 중국에서는 하루에 두 번이었다.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2005년 쇼트트랙을 시작해 국제무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던 형제는 중국에서 돌아온 뒤 유럽에서 열린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다.
형제는 앞서 2018 평창 올림픽 5000m 계주에서 예선 꼴찌(8위)였던 헝가리의 겨울올림픽 첫 금메달을 합작해 세계를 놀라게 했었다. 당시 형 사오린은 중계 카메라를 향해 눈썹을 만진 뒤 윙크를 하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세리머니를 선보여 ‘헝가리 윙크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류 형제는 16일 남자 5000m 계주에서 다시 한 번 한국 선수들과 금메달을 다툰다.
헝가리 대표팀을 이끄는 전재수 감독은 한국과 미국 대표팀 감독 출신으로 평창에 이어 베이징까지 두 형제를 지도하고 있다. 전 감독은 박장혁(24·스포츠토토)이 1000m 준준결선에서 왼손을 다친 뒤 원래 끼던 장갑이 맞지 않자 새 장갑을 구해주며 메달 경쟁을 뛰어넘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