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꾸준히 느는데 車 공급 막혀 중고차 시간 갈수록 값뛰는 기현상 웃돈 얹어 판매… 신차 가격 추월도 美 ‘40년 만의 최고물가’에 큰 영향
미국 일리노이주 숌버그에 있는 혼다 전문 중고차 매장에 판매용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숌버그=AP 뉴시스
2019년 미국 뉴욕에 파견됐다가 곧 한국에 돌아가는 주재원 A 씨는 얼마 전 자신이 타고 다니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지인에게 팔았다. 구입 당시 A 씨는 출고된 지 2년 된 이 차량을 3만500달러(약 3660만 원)에 장만했다. 이를 3년 뒤에 중고로 처분한 가격도 3만 달러(약 3600만 원)로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 중고차 가격이 급등해 A 씨는 미국에서 근무했던 3년간 보험료와 기름값만 부담하면서 차를 굴리는 ‘행운’을 얻게 된 것이다. A 씨는 “시세를 알아보니 3만2000달러 이상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지인에게 파는 것이라 가격을 내렸다”며 “요즘 미국에 새로 부임하는 주재원들은 차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시간 갈수록 가격 오르는 ‘기현상’
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어나는데 공급이 막히면서 중고차 시장에서는 수요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부임한 주재원 B 씨는 차량 구입을 위해 중고차 매장을 방문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딜러가 차량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반영해 판매 정가에 더해 1만 달러에 이르는 웃돈을 요구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추월하는 상황까지 종종 빚어지고 있다.
○ 현지 중고차 딜러 “지금 정상 아니다”
미국 북동부 메인주에서 중고차 거래업체를 운영하는 애덤 리 씨는 WSJ에 “지금 정상이 아닌 상황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3년 전에 2만5000달러였던 차가 지금도 2만5000달러에 거래된다. 전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높은 가격을 주고 울며 겨자 먹기로 중고차를 구입한 사람들은 나중에 이를 처분할 때가 되면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