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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임박한 우크라이나서 삼성·LG 탈출 러시…“현지 사업 제동”

입력 | 2022-02-15 16:26:00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2022.2.13/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한국인 직원들을 급히 국내로 대피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기업들은 전쟁 발발시 직·간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비상계획 수립 등 대응책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현대코퍼레이션·포스코인터내셔널·한국타이어·에코비스·오스템임플란트 등 약 10개사다. 지난 13일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여행금지 조치를 발령하면서 이들 기업 직원들을 비롯한 우리 국민들이 대거 귀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우크라이나 현지 판매법인에서 근무하는 주재원과 가족들을 모두 국내로 귀환하도록 조치했다. 수도 키예프에서 운영 중인 인공지능연구소의 한국인 직원들도 전원 폴란드 등 인근 국가로 이동시키거나 한국으로 귀국하도록 했다.

LG전자도 현지 판매법인 직원 수 명을 모두 귀국하도록 했으며 한국타이어도 조만간 현지 직원들이 철수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에서 출국이 모두 끝나 현재 한국에 도착했거나 귀국 중”이라며 “직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빠르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군사 훈련을 지속하는 러시아는 언제라도 침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러시아가 침공할 것이라는 정보를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은 러시아의 침공이 발생하더라도 직접적인 물적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전쟁이 불러올 연쇄 효과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에서 가전·TV를 생산 중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대부분 러시아와 인근 국가에 판매되는데, 전쟁이 발발하면 현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제품 판매도 줄어들 전망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전쟁시 수요 위축으로 현지 내수 시장 자체가 죽어 제품 판매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외부에서 러시아로 들여오는 가전제품 부품도 앞으로는 조달이 어려워져 생산라인 가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보다 좀 더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러시아 세스트로레츠크에 연 20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는데, 현지 내수 판매용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삼성·LG와 달리 이곳은 수출 비중이 높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더욱 우려되는 건 러시아에 대한 미국·유럽연합(EU)의 고강도 경제 제재 등 전쟁으로 인한 연쇄적 효과다. 미국이 자국 기술을 이용해 생산된 반도체의 러시아 수출을 막을 경우, 미국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러시아 반도체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반도체 원재료 수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경제 제재에 대한 반발로 반도체 원재료 수출을 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네온·팔라듐 등 희귀 소재를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네온 중 우크라이나산의 비중은 23%였으며, 러시아는 팔라듐 수출 세계 1위다.

국제유가 상승도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기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5.46달러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아졌다. 유가 급등은 당장 국내 항공업계에 원재료 상승을, 중장기적으로는 정유업계에 수요 위축이라는 영향을 미치며 다른 업종에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생산설비 가동 비용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