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생으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중국 대표로 출전해 슈퍼스타가 된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에일린 구(19·구아이링)가 인스타그램에 남긴 댓글 하나가 구의 ‘특별대우 논란’에 불을 붙였다.
구가 8일 빅에어에서 금메달을 따며 화제가 되자 그가 선수촌에서 보내는 일상 사진을 업로드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왜 다른 중국 사람들은 못 쓰는 인스타그램을 할 수 있느냐” “특별대우 아니냐” “인터넷 자유가 없는 중국인들을 위해 한마디 해줄 수 없느냐”는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자 구는 “누구나 가상사설망(VPN)을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다”고 댓글을 달았다.
VPN은 인터넷주소(IP)를 바꿔주는 서비스다. 중국은 서양의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접속할 수 없도록 막아 놓은 상태다. 이 때 VPN을 통해 IP를 바꾸면 이런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중국 정부가 에일린에게 이중국적을 유지하는 예외를 허용한 것을 비판한 기사들도 당의 검열로 인터넷상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림픽 내내 국적에 관한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는 에일린은 15일에도 슬로프스타일 은메달을 추가한 뒤 중국 대표로 출전한 것이 ‘타협’이었느냐는 질문에 “프리스타일 스키를 들어보지도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 종목을 알리는 게 목표였고,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 자랑스럽다. 특히 어린 소녀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고 그게 내가 지금 던지는 메시지다”라고만 답했다.
NYT는 에일린의 어머니가 중국 고위관료의 딸로 태어나 투자은행에서 일했고 에일린이 미국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아 평범한 중국인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는 점이 공분을 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중국에서는 한 여성이 목에 사슬이 묶여있는 영상이 퍼지며 당국이 취약한 여성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중국 여성들이 직면하는 구조적 어려움과 족쇄는 여전하다”며 “중국 대다수의 여성은 에일린 구가 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라는 비판이 담긴 이 기사 역시 당국 검열로 삭제된 상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