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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코로나가 앞당긴 메타버스 시대… 거품 걷어내고 실체 짚어봐야

입력 | 2022-02-16 03:00:00

비대면 수요 증가 등으로 큰 관심
“메타버스 마케팅 지나쳐” 비판도
법적 문제 등 해소되려면 시간 걸려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인지 중요




1992년 SF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3차원 가상 세계를 의미하는 용어로 처음 등장한 ‘메타버스(Metaverse)’는 최근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많은 기업이 앞다퉈 메타버스 관련 조직을 만들고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활용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타버스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거나 메타버스에 대한 마케팅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메타버스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이전에 그 실체를 냉정하게 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오늘날 메타버스가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회의와 미팅, 공연 등이 늘면서 가상공간에 대한 경험과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또 최근 몇 년간 AR·VR 기기와 통신 네트워크, 플랫폼 소프트웨어 등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환경과 가상 경험에 익숙한 10, 20대 이용자들의 부상도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겼다.

하지만 메타버스 시장 전망을 얘기할 때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메타버스 시장을 언급할 때 2024년까지 2970억 달러(약 346조 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통계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가상·증강·혼합 현실 시장 전체에 대한 전망이지 메타버스만 따로 떼어 놓고 본 통계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상’이라는 요소가 접목되기만 하면 메타버스로 통칭해서 부르는 경향이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관점에서 볼 때 메타버스의 발전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일례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개최된 박람회나 강연회에 참여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또 이미 2003년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가상공간, ‘세컨드라이프’의 실패 사례는 오늘날 메타버스 플랫폼 역시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입증한다. 당시 세컨드라이프에서도 기업이 3차원 가상 환경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자체 화폐를 이용해 가상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재화를 사고팔 수 있었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이 직관적이지 않았고, 사람들의 참여를 지속시키는 동기 부여가 부족했다. 또 디지털 창작물에 대한 표절, 가상공간 내 폭력 사건 등의 이슈까지 생기면서 외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오늘날의 메타버스 플랫폼도 이런 법적, 사회적 문제들을 충분히 해소하고 주류로 떠오르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기에 기업은 메타버스 도입을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오히려 도입 전에 소비자들이 진정 원하는 서비스인지를 먼저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메타버스를 향한 새로운 도전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정작 이 시도의 수혜자이자 대상이 될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혁신은 아무 의미가 없음을 명심하자.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 마케팅학부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