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대장동 조사’ 때 진술…檢, 정영학 녹취록서도 ‘돈 전달’ 확인 당시 대장동팀, 政-官-法 전방위 로비… 김씨 “보좌관 만났으나 사실 아냐” 보좌관 “사실무근… 관계도 없는 사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 2021년 11월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2021/11/03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12년 초 여당 중진의원 보좌관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진술했다고 한다. 2012년 초 서울 서초동 복집에서 자신과 김 씨, 천화동인 7호 실소유주인 전 경제지 기자 배모 씨 등 3명이 식사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배 씨가 쇼핑백에 담은 현금 2억 원을 김 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남 변호사는 “김 씨가 ‘A 보좌관을 통해 B 의원에게 2억 원을 주겠다’며 돈을 가지고 갔고 이후 김 씨로부터 A 보좌관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2012년 당시 이들은 대장동 개발을 민관합동 개발 방식으로 변경하기 위해 김 씨를 로비 창구로 영입하고 정관계 및 법조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로비를 펼쳤다.
2010년 취임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장동 개발을 공영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는데, 이렇게 될 경우 2009년부터 시행사를 설립해 토지를 매수하는 등 민영 개발 방식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남 변호사 등에게 막대한 손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김 씨가 대학 선배이자 과거 성남시장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던 A 보좌관을 상대로 로비에 나섰을 개연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검찰이 확보한 남 변호사의 메모에도 “양모 씨 대여금 내역, 2012년 4월. 김만배에게 인허가 관련 비용으로 1억 원 지급”이라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씨는 천화동인 7호 소유주 배 씨의 부인으로, 등기부상 천화동인 7호 대표자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대장동 개발 현황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A 보좌관을 두어 번 만났다”면서도 로비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남 변호사로부터) 생활비 명목으로 8000만 원은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A 보좌관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다. 김 씨 전화번호도 모르고, 김 씨는 (나와) 관계도 없는 사람”이라며 “당시 이 시장과 B 의원이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왜 로비를 하겠느냐”고 했다. B 의원도 “김 씨와 배 씨 모두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