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산유국’ 러 정세 불안… “배럴당 5달러씩 ‘위험 비용’ 붙어” 세계 식량 가격도 10년만에 최고치… 수입물가 상승, 소비자물가 직격탄 에너지수입액 큰 韓 무역수지 악화… 안전자산 금값은 16개월만에 최고
15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L당 1743원’이라고 표시돼 있다. 이날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으로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시스
15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와 국내 에너지 수급 영향’ 자료를 내고 시나리오에 따라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70∼125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개입을 하고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에 고강도 금융·경제 제재를 가하면 국제유가는 100∼125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러시아산 석유·가스 공급이 대규모로 중단되면 배럴당 150달러를 찍을 것으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유가를 자극한 이유는 러시아가 주요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카우언에 따르면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하루 약 500만 배럴(세계 무역의 약 12%)의 원유를 수출하고, 약 250만 배럴(세계 무역의 약 10%)의 석유 제품을 수출한다. 연구원은 “위기가 진정된 이후에도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은 국제유가에 배럴당 5달러 이상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산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CNN은 14일(현지 시간) 세계 식량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농산물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밀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도 주요 밀·옥수수 수출국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국제 밀과 옥수수 가격은 각각 한 달 전 대비 7.79%, 9.98%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수입물가도 올랐다. 이날 한은의 ‘2022년 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원재료가 전달 대비 8.2% 올랐다. 특히 원유가 15.0%, 광산품이 9.0% 뛰었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서민 부담이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수입비용이 늘면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무역수지도 악화할 수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에너지 수입액은 1360억 달러로, 국가 총 수입액의 22.1%를 차지한다. 연구원은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2개월 연속된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