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된 사람들’ 김녕만 사진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김녕만 사진가가 자신이 찍은 ‘김영삼 퇴임식’ 작품 앞에 서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979년 고 박정희 대통령 장례행렬을 바라보는 인파를 찍었을 때 권력무상을 실감했습니다. 이때부터 40년간 카메라에 담은 대통령이 모두 열 분이 됐네요.”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사진전 ‘대통령이 된 사람들’을 열고 있는 김녕만 사진가(73)가 말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를 지낸 그는 1994년부터 청와대를 출입하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을 담았다. 2001년 동아일보에서 퇴직한 뒤에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운동 현장을 촬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 5월 11일 전북 정읍에서 열린 동학제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7년 어린이날을 맞아 제기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12월 17일 16대 대통령 후보 시절 서울 서초동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위쪽부터 시계방향). 김녕만 사진가 제공
가장 눈에 띄는 사진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1998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초대한 백악관 만찬장에서 백 씨의 바지가 갑자기 흘러내려 하반신을 그대로 노출한 장면을 김 씨만 포착했다. 성 스캔들로 곤란을 겪던 클린턴 대통령 앞에서 벌인 깜짝 퍼포먼스가 분명하다는 것이 김 씨의 해석이다. 백남준과 전시회를 함께 열 정도로 가까웠던 김원 건축가는 이번 전시회를 찾아 “백남준 선생이 생전에 ‘멜빵을 풀고 클린턴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직접 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 열기가 달아오른 요즘, 역대 대통령들을 가까이에서 바라본 김 씨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화두가 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거리다.
“대통령이 된 뒤 국민과 가까이 있는 사진, 그 자리에서 내려온 후에는 봉사현장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런 모습이 이어진다면 한국의 대통령도 진정한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