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 차민규 2연속 빙속 은메달 후 인터뷰하려는 취재진 몰리자 日임원 “한국, 저쪽으로 가시라” “한국은 銀, 일본은 銅 딴 데다… 먼저 와 있었으니 日이 옮기라” 한국기자들 성적-예의 거론에 일본 취재진 슬그머니 옮겨
베이징=김배중 기자
한국과 일본이 맞붙는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건 선수라면 누구나 아는 말이다. 잘하다가도 일본에 지면 못한 것처럼 기억되고, 못하다가도 일본에 이기면 잘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생길 때도 있다. 그렇기에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선수들은 눈빛부터 달라진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해설을 하다 고다이라 나오(36)의 투혼을 보며 눈물을 흘려 화제를 모은 이상화 KBS 해설위원(33)도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직후 둘의 오랜 우정이 조명되기 전까지 자신보다 세 살 위인 고다이라를 ‘그 선수’로 부르며 경계했다.
여자 컬링 대표팀도 마찬가지였다. 올림픽 전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범답안 같은 대답을 내놓던 선수들은 일본만큼은 의식이 되고 이기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면 4강이 힘들어질 14일 한일전을 앞두고도 “반드시 이긴다”고 했고, 완승을 거두며 4강행 불씨도 살렸다.
이때 일본 빙상 관계자가 “양쪽이 너무 붙어 있다. (일본 맞은편 코너를 가리키며) 한국이 저쪽으로 가면 어떻겠냐”고 말을 걸어왔다. 한국 취재진 앞 난간에 자리를 맡듯 자신의 외투를 올리는 등 사실상 ‘도발’이었다. 일본의 예의 없는 행동에 한국 취재진은 “한국 선수가 은메달을, 일본 선수가 동메달을 땄다. 더군다나 한국 취재진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상황이라 예의에도 어긋난다. 불편하면 일본이 자리를 옮기면 된다”고 응수했다.
성적표까지 들이밀며 ‘뼈를 때린’ 대응에 일본 관계자도 할 말을 잃고 슬며시 외투를 거둬 갔다. 믹스트존 소동에 앞서 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한국이 이겼기에 취재진도 당당할 수 있었다.
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