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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총-한기총 통합, 삼국통일만큼이나 힘들어도 꼭 해내야”

입력 | 2022-02-16 03:00:00

한교총 대표회장 및 예장 합동 교단장 임기 마친 소강석 목사
“한기총과의 통합은 숙원사업… 교계 대표 하나의 리더십 절실
현장예배 지키며 방역에 최선… 코로나 시기 슬기롭게 넘겨 다행”
윤동주문학상 받고 시집 11권 내 “힘들고 그리움 넘칠때 詩가 나와”



7일 새에덴교회에서 만난 소강석 목사는 “시대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품격 있는 크리스천이 되어야 한다”며 “신뢰로 서로를 세워줄 때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유토피아적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7일 찾은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 예배당 뒤편에는 호랑이 그림과 함께 ‘포효(咆哮)와 창의(創意)가 만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맨손과 맨몸, 맨땅에서 일어선 ‘3M’ 목회의 산증인이자 ‘노래하는 목회자’로 불리는 소강석 목사(60)와 어울리는 문구다. 그는 천상병귀천문학대상과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하며 11권의 시집을 냈다. 지난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과 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장 임기를 마친 그는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통합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여러 중책을 맡았다.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점수를 잘 못 주는 편이다. 앞에서 스포트라이트 받기보다 뒷마당 총회장과 대표회장이 되려고 노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교회 규모와 관계없이 19명으로 예배 인원을 제한한 건 큰 문제였다. 당시 국민 정서와 유연성 없는 방역정책으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았던 게 사실이다. 현장예배와 관련해 친정부적이었다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성과와 아쉬운 점은 각각 뭔가.

“성과는 마지막까지 현장예배를 지키면서 방역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종교개혁가 장 칼뱅(1509∼1564)은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성직자 중심으로 현장예배를 지켰다. 칼뱅의 시스템처럼 현장과 비대면 예배를 조화시키려고 노력했다. 바로 ‘하이브리드 교회’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정부와의 관계는 물론이고 교계 내부에서조차 갈등이 불가피했던 재미없는 시기에 총회장, 대표회장을 했다. 그래서 하나님이 시키신 것 같다(웃음).”

―보수 성향 개신교는 한교총이 대변하고 있어 통합에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여러 우려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성경적 원리와 역사적 측면에서 통합은 숙원사업이다. 정부와 대화하면서 교계를 대표하는 원(one) 메시지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반대로 통합을 안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기독교계 연합기관이 분열돼 있을 때 폐해를 눈으로 보지 않았나. 국민들은 한교총과 한기총을 구분하지 않는다. 삼국통일 하는 것만큼이나 힘들어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게 통합이다.”

―통합 작업은 현재 어디까지 왔나.

“18일 기본합의서 논의 후 채택하는 과정이 있을 예정이다. 상호 존중과 공동 리더십 발휘, 한국 공교회를 위한 플랫폼 기능 수행 등이 중요하다. 양측 모두 금권선거를 하거나 1인이 전횡할 수 있는 체제로 가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소 목사는 6일 저녁예배 때 필리핀 선교 30주년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인 임종웅 선교사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다. 둘 사이에는 배고픈 시절의 ‘동치미 인연’이 있다.

“그분과 광주신학교 입학 동기다. 라면을 배부르게 끓여 먹는 게 소원이던 시절인데 선배가 준 라면 2개를 연탄불에 올려놓고 기다리다 잠들어 버렸다. 연탄가스에 중독돼 의식을 잃었는데 그분이 창문을 열고 동치미 국물을 먹여줘 살았다. 나는 선교사로 나가지 못했는데 언제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7년 시작한 새에덴교회의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 행사는 대표적인 민간교류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면 참전용사뿐 아니라 미국 전직 의원들도 초청할 계획이다. 7월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 조성 중인 추모의 벽이 완공된다.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와 함께 행사에 참석하는데 추모의 시를 영어로 낭독할 계획이다.”

―요즘 어떤 시를 쓰고 있나.

“힘들고,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 사랑의 대상이 있어야 시가 나온다.”

그러면서 그는 연작시로 쓰고 있는 호랑이에 관한 시를 읊조렸다. ‘사랑을 잃고 흘리는 눈물은 붉다 못해 검붉었어요/나의 사랑이 일본군에 의해 포획되던 날부터/백두대간을 밤낮으로 떠돌아다니며/얼마나 울부짖었는지/하지만 그 사랑이 마지막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시나요….’

용인=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