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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도총리, 트럭시위 대응 혼선으로 지도력 ·신뢰위기

입력 | 2022-02-16 07:46:00


캐나다가 사상 초유의 대규모 트럭시위로 경제가 휘청일 정도로 큰 타격을 입으면서 이번 시위에 안이하게 대응한 트뤼도 총리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고 AP통신과 국내 매체들이 보도했다.

캐나다 사회는 전에도 험악한 분렬과 혼란을 겪은 적 있지만, 이번 국경 트럭시위 사태는 수도 오타와를 점령하다시피한 트럭운전사들과 일반 시위대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의미하는 총리의 비상사태 선언이 14일에야 나오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트뤼도총리의 비상 사태 선언으로 시위주동자들의 은행계좌가 동결되고 시위지원금을 모금하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들과 오타와시의 국경 관문과 공항들을 봉쇄하고 있던 시위대 차량들도 단속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비상사태 선언은 오히려 시위대와 보수파 후원자들의 분노만 키웠다는 분석이다. 소셜 미디어에는 트뤼도 총리를 폭군으로 매도하는 글들이 홍수를 이뤘다. 게다가 캐나다의 다른 지역에서는 캐나다 정부의 정치적 결단에 대해 싸늘한 반응만 보였다.

이번 비상사태로 그 동안 추락을 거듭하던 트뤼도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일시 하락세를 멈출지는 모르지만, 전같은 인기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론토대학의 정치학과 넬슨 와이즈만 교수는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제는 전보다 더 극단적인 양면을 가진 지도자가 되어버렸다. 앞으로 다음 선거에서 다시 총리직에 도전할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평소에는 자유주의자 트뤼도 총리를 지지해왔던 ‘토론토 스타’ 신문도 사설에서 만약 정부지도자나 경찰 책임자가 시위의 초기부터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했더라면 비상사태선언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론토 스타는 “ 트뤼도 정부의 비상사태 선언 발동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많겠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겠다. 연방 정부의 권력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며, 그 길로 간다는 것은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정책에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충격요법일 뿐이다”라고 썼다.

캐나다 시민자유연맹도 트럭 시위는 비상사태 발동에 이를 만한 요건이 되지 않는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이 단체는 “ 정부는 난관에 처했을 때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표들이 그들에게 허락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비상사태법이 일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건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짓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평화롭고 점잖은 나라로 알려진 캐나다에서 일상이 극적으로 파괴되는 모습을 전세계 뉴스매체를 통해 보여주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도 최근의 대량 살인사건, 2014년 의사당 무장 공격사건, 원주민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일어난 여러 차례의 봉쇄 등으로 캐나다의 예전의 전형적인 인상과 실제는 많이 달라졌다.

1963년에서 1970년 사이에는 퀘벡주의 분리독립주의 무장세력이 수십 차례의 강도사건과 폭파사건을 저지르다가 마침내 1970년 10월에는 지방 정부의 장관을 납치 살해한 적도 있다.

당시 총리였던 현 트뤼도총리의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는 전쟁대처법의 일부인 비상사태법에 따라서무장군인을 퀘벡시 거리에 투입하고 경찰은 영장없이 사람들을 체포할 수 있었다.

아들 트뤼도 총리는 비상사태는 발동하더라도 군대를 투입해서 시위대를 해산할 계획은 없다며 아버지의 선택과는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그의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는 트뤼도총리가 군대 투입은 시위대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으며 최소한 직접 가서 대화라도 해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론토 대학의 캐나다 역사 및 국제관계학 교수인 로버트 보스웰 교수는 “ 트뤼도총리를 보면 우리에게 좀더 강력한 지도자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캐나다 국민이 그렇게 느낄 것이다” 라고 말했다.

트뤼도는 시위대와의 면담을 거절했고 시위대는 그의 퇴진까지 요구했다. 트뤼도는 이들을 백신 반대 ‘비주류’ 일부 세력이며 가짜 뉴스와 음모론을 무기로 삼는 일부세력이라고 규정했다.

트뤼도는 2015년 43세의 나이로 총리에 당선되었을 때 “밝은 길만 가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캐나다 역대 총리중 두번째로 젊은 나이였다. 이후 여러 차례 난관이 있었지만 두 번 총리직에 당선되었고 재선은 바로 지난 해 9월에 이뤄졌다.

이론상 트뤼도는 앞으로 몇 해 안에 다음 선거가 시행된다면 다시 출마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는 데다가 캐나다 서부지역의 반감이 상당해서 아마도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트럭 시위가 시작된 앨버타주는 오랫 동안 캐나다의 보수의 텃밭이었고 앨버타주 외에도 마니토바, 퀘벡, 서스캐처원 주의 주 총리들은 트뤼도의 이번 비상사태 발동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트럭시위대는 트뤼도총리의 자유당 내각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캐나다국민은 그의 코로나19 방역규제 정책을 지지해왔다.

캐나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백신을 접종했고 이에 따라 코로나 사망률도 미국의 3분의 1에 그쳤다.

비상사태로 시위사태가 깨끗이 마무리 되면 트뤼도에 대한 지지도도 상승하겠지만 시위지역이 보수당 지역으로 평소에도 트뤼도 총리에 반대해온 지역이어서 시위대는 쉽사리 철수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럭시위대, 시위에 반대하는 주민 시위대 양쪽이 모두 정부의 정책에 짜증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트뤼도의 ‘비상사태’ 카드가 아무런 해결도 해내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