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동아일보 DB
매년 열리는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빠지지 않고 제기되는 단골 메뉴 가운데 하나가 ‘고가 외국산 승용차의 영구임대아파트 주차 논란’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부가 임대주택을 제대로 공급 관리하지 못한 대표적인 부실사례로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해오고 있다. 외제차 등 고가 차량을 소유한 사람이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차량에 대한 일정 금액 기준을 정하고, 영구임대주택 내 주차등록을 제한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 주차 관리가 여전히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가 외제차가 버젓이 주차 등록돼 있거나 거주자 이외에는 주차를 금지하고 있지만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서 7일 이상 장기주차를 허용해온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고가 외제차량 등이 무더기로 무단 주차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 또다시 영구임대아파트에 등장한 고가 외제차
16일 국토부에 따르면 LH는 2017년 7월 17일부터 공공임대주택 단지에 주차 가능한 차량 등록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아파트 관리소장은 등록신청을 받은 차량에 대해서 국세청 홈택스 등을 활용해 승용차별 가액을 검색한 뒤 기준을 초과할 경우 등록을 거절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경기 안산군자13 임대아파트에서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의 차량, 렉서스가 등록돼 있는 등 4대의 고가 차량이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 신규 등록돼 있었다.
공단은 이에 대해 “담당자의 착오로 발생한 일”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주차차량 등록 시 차량가액을 필수입력항목으로 변경하고, 고가차량 가액기준을 초과한 금액이 입력되면 차량등록이 되지 않도록 시스템 기능을 개선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관련 규정이 마련됐는데도 4년 넘게 방치해오다 문제가 드러나자 뒤늦은 수습책을 내놓은 셈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영구임대주택에 잘못 등록된 고가차량 4대에 대해 등록 취소 등의 적정한 조치를 내리도록 ‘시정’을 요구했다.
● 비거주자 차량도 2년 넘게 무료주차 중
이처럼 고가 외제차 등을 보유하면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게 되자 일부 입주자들이 찾아낸 ‘꼼수’가 타인 명의로 차량 소유주를 바꾸는 것이다. LH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2016년 말 ‘임대주택 표준관리규약’을 개정해 임차인 등의 소유차량 이외 타인 소유의 차량은 단지 내 주차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공단이 관리하는 영구임대주택 129개 단지의 42.6%인 55개 단지에서 타인소유 차량에 대해 7일 이상 주차가 가능한 ‘장기방문증’을 발급해준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서울 강남구 수서영구임대아파트는 입주민 38명에게 동거하지 않는 타인 명의의 차량에 대해 짧게는 97일, 길게는 748일짜리 ‘장기방문증’을 발급해줬다.
또 서울 강북구 번동의 임대아파트의 경우 BMW와 같은 외제차량 등 고가차량으로 추정되는 20대의 차량이 무단 주차돼 있었다. 이 차량들은 주차증이 발급받지 않는 미등록차량(5대)이거나 방문증 유효기간이 지난 차량(7대), 주차증에 표기된 차량등록번호와 실제차량등록번호가 일치하지 않는 허위등록 차량(8대)이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영구임대주택 단지에서 고가차량 등의 무단주차를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주의’ 조치를 요구했다. 또 “타인 소유의 차량이 단지에 상시 주차하는 일이 없도록 장기방문증 발급대상과 발급기한을 제한하고, 위반차량의 출입을 통제할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통보’ 조치를 내렸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