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리다’ 최정원 인터뷰
최정원은 포스터 제작 당시, 제작진이 포토샵으로 다듬은 사진을 건네자 “주름도 살리고 점도 빼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눈 밑이나 팔자에 난 주름들이 제가 살아온 인생이 담겨 있어서 너무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다음달 개막하는 뮤지컬 ‘프리다’에서 프리다 역을 연기한다. 프리다의 죽기 전 마지막 순간을 ‘더 라스트 나이트 쇼’로 꾸민 창작 뮤지컬로 그가 지나온 인생을 관객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작품에선 프리다를 강렬한 에너지와 기쁨을 가진 유쾌한 사람으로 해석해요. 근데 실제로 프리다가 쓴 일기에도 ‘웃기 위해 산다’ ‘고민과 고통은 어리석은 것’이라 써있거든요. 대본이 너무 좋았어요.”
뮤지컬 ‘프리다’에서 프리다를 연기하는 최정원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자존감”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어릴 때 산동네에 살았거든요. 남들은 불쌍하게 생각했을 수 있지만 집이 높은 데에 있기 때문에 달리기도 잘하고 다리도 튼튼해진거라 생각했어요. 뛰다 넘어졌을 때도 속으로 ‘나 좋은 일 생기려나’ 했다니까요. 왜 나쁜 일 다음에는 좋은 일이 온다고 하잖아요.”
33년 전 그의 첫 무대는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대사라곤 ‘가자, 아들레이드!’ 한 줄 뿐인 ‘아가씨6’이었지만 커튼콜만 되면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우는 그에겐 팬클럽이 생길 정도였다.
“작은 배역이어도 무대에선 스스로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좋아서 한 공연인데 사람들이 박수까지 쳐주는 거예요. ‘주인공도 아닌 애가 열심이네’하며 팬들도 신기해하며 좋아해주셨죠.”
출산 후 1년 말고는 한 해도 작품을 쉬지 않았던 그가 잠시 무대에 서지 못한 적이 있다. 재작년 초 코로나19의 여파로 ‘도나 역’을 맡은 뮤지컬 ‘맘마미아!’가 취소된 것이다.
프리다의 생애엔 연인이자 동지인 멕시코 민중벽화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가 빠질 수 없다. 유산한 그녀를 두고 여동생과 바람을 피운 디에고였지만 프리다는 죽기 직전까지도 그림과 일기에 그를 기록했다. 처음엔 프리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았다던 그는 이후 자연스럽게 무대를 떠올렸다.
“만약 누군가 제 손발을 묶고 공연을 못하게 한다고 상상해봤어요. 그럼 전 프리다처럼 천장에 걸린 거울을 보며 울었다 웃었다 하며 연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하하. 프리다에게 디에고가, 제겐 무대였더라고요.”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