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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철군 주장에도… 바이든 “검증 안돼, 여전히 침공 가능한 상황”

입력 | 2022-02-16 15:46: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전쟁 직전으로 치닫던 미국과 러시아의 ‘강 대 강’ 대치에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공 디데이로 꼽히던 16일(현지 시간)을 하루 앞둔 15일 협상 뜻을 내비치면서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러시아가 여전히 우크라아니 침공이 가능한 주력 부대를 국경에 배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가 주장한 일부 병력 철수가 미국의 정보전에 맞선 러시아의 기만전술일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날 우크라이나 사이버보안센터는 국방부와 외교부를 비롯한 주요 정부 부처와 프라바트방크 등 최대 은행 2곳 등 최소 10곳의 주요 웹사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디도스(DDOS) 공격을 받아 마비되거나 서비스 장애를 겪었다며 러시아를 공격 배후로 추정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을 잇따라 안방인 모스크바로 불러들여 협상력을 충분히 높인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유지하면서 향후 외교전에서 미국과 유럽의 양보를 최대한 끌어내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철군 주장 러, 국경 전력 증강


러시아군과 벨라루스군이 우크라이나 인근 국경 지역에서 훈련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러시아 국방장관은 오늘 일부 부대가 우크라이나 인근 주둔지를 떠났다고 밝혔다”며 “그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원래) 주둔지로 돌아갔는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군 일부가 실제로 철수했는지, 또 일부 군부대의 이동이 있었더라도 러시아로 완전히 돌아갔는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러시아가 실질적인 긴장 완화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에서 러시아의 현재 병력을 15만 명이라고 공개한 것도 주목된다. 얼마 전까지 13만여 명으로 추정됐던 러시아군이 오히려 증강된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14일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T-80 탱크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30~80㎞ 떨어진 지역들에 배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러시아가 위장전술을 전개할 수 있다”고 했다. 줄리앤 스미스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가 지난해 12월에도 비슷한 주장을 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다라 마시코트 수석 정책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러시아가 ‘쉘 게임(공을 넣은 컵을 이리저리 옮겨 맞추는 일종의 야바위)’을 하고 있다”고 했다.


●美의 정보전에 심리전으로 맞선 러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한 첩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자 러시아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벼랑 끝 전술’ 속 철군을 발표해 ‘긴장완화 조치를 내놓았다’는 식의 고도의 심리전으로 주도권을 쥐려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러시아군 철군과 관련해 “현장 상황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며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는지 보고 철군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가 며칠 또는 몇 주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세상은 러시아가 불필요한 죽음과 파괴를 선택한 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제재를 경고하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확실한 긴장완화 조치를 요구했다.

특히 러시아가 조만간 미국에 러시아 안보보장과 관련한 새로운 요구 조건을 담은 문서를 보내기로 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외교의) 기본 원칙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말이 아닌) 검증 가능한 긴장완화 조치”를 요구했고 라브로프 장관은 “안전보장안 협의가 중요하다”며 입장차를 드러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