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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빅데이터 분석으로 국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높이겠다”

입력 | 2022-02-17 03:00:00

김용래 특허청장 인터뷰
사우디와 ‘전략적 동반자 협정’ 체결… UAE 이어 ‘지식재산 한류’ 전파
특허정보 분석해 데이터베이스 구축… 내년 하반기부터 민간에 제공 예정
대전에 ‘찾아가는 특허상담소’ 개설… 지식재산 약자인 중소상공인 지원



김용래 특허청장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 특허분쟁 예방과 대응도 지원하고 지식재산 약자인 중소 상공인 보호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특허청 제공


김용래 특허청장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지식재산청을 방문해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맺고 특허 노하우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은 이번 진출로 중동의 ‘지식재산(IP) 한류’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허청은 올해 특허 빅데이터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가속화한다. 국가와 민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사업이다. 최근에는 대전의 전통시장에 ‘찾아가는 특허상담소’를 열어 ‘지식재산 약자’를 지원하는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동아일보는 16일 김 청장을 만나 국가 위상을 높여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서민의 어려움도 살필 수 있는 ‘지식재산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연초에 사우디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다음 달부터 특허청 인력 11명이 사우디에서 특허 심사를 대신 해주고, 국가 차원의 지식재산 전략을 짜는 일을 돕는다. UAE에 이은 지식재산 한류가 주변 국가로 확산될 것이다.”

―중동 국가들이 왜 한국을 원하나.

“사우디 발전 전략의 핵심은 언젠가 닥칠 석유 고갈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조업을 발전시키고 산업을 다각화하고 싶어 한다. 중동 국가들은 특히 압축 성장과 다양한 산업 발전을 이룬 한국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특허청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기대는 무엇인가.

“경제 개발에 동반돼야 할 것이 글로벌 수준의 지식재산 시스템이다.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내고 내부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특허 행정은 톱클래스 수준이다. 영국의 지식재산 전문매체(WTR)가 지난달 특허청을 혁신적인 지식재산 기관 세계 1위로 선정했다. 한국 특허청은 다른 나라 특허 당국과 달리, 심사와 심판이라는 본래 기능 외에 특허 관련 사법, 집행, 정책을 모두 담당한다.”

―중동 진출이 우리에겐 어떤 이득이 있는가.

“높은 수준의 ‘공공 서비스 수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중동에 우리 지식재산 시스템이 적용되면 국내 기업의 진출과 교류, 산업 협력이 더욱 쉬워지고 활발해진다.”

―특허 빅테이터 분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허는 엄청난 산업 정보를 담고 있다. 그 가치를 30조 원 이상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특허 빅데이터는 산업의 패턴 및 동향을 파악하고 위기 신호를 감지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테슬라가 보유한 레스토랑 및 음료 특허는 이 회사가 전기차 충전 시간을 활용한 쇼핑 산업 진출을 예고한다.”

―국가의 경제 정책 수립에도 활용된다는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란 때 관련 제품을 모두 국산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특허 분석을 통해 성급한 국산화 전략의 문제점을 발견해 전략을 조율할 수 있었다. 일본이 이미 특허를 확보한 분야에 대해 연구개발(R&D)을 할 경우 특허 침해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던 것이다. 특허 분석은 해마다 막대한 손실을 불러오는 R&D 중복 투자도 막아줄 수 있다.”

―특허는 검색 가능한데 꼭 분석을 해줘야 하나.

“특허 기본 정보를 그대로 활용하기에는 난점이 많다. 외국에서는 특허 정보 분석이 거대한 산업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기업조차 특허 분석을 담당하는 인력이 많지 않다. 특허청은 특허정보 5억 건을 해석이 용이하고 분석 가능한 형태의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중이다.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민간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이를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로 재창조해 경쟁력을 높이면 된다.”

―디지털 환경의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온라인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인공지능 창작물, 데이터, 홀로그램 상표, 화상 디자인 등의 보호 문제가 대두됐다. 메타버스상의 특허 보호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규정을 새롭게 손질해야 하고, 글로벌 수준의 협력도 필요하다. 우선 부정경쟁방지법을 개정해 부당 사용 규제를 강화했다.”

―‘퍼블리시티(publicity)’ 보호 방안을 6월 시행한다고 들었다.

“유명인의 초상과 성명 등에 대한 재산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초상권 보호는 침해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다. 반면 퍼블리시티는 예상되는 수익의 피해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퍼블리시티는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한류와 관련 산업을 보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해부터 ‘기술경찰’이 출범해 활동 중이다.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피해액이 한 해 6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3%다. 국가정보원이 연간 9조 원가량의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고 하니 과장된 추산은 아닐 것이다. 기술경찰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주요 기술의 유출과 침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내 중견기업의 영업비밀을 유출한 해외 기업 브로커 등 7명을 검거하는 성과도 올렸다. 가장 전문성이 높은 박사급 사법 경찰의 활동을 특히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시대 특허청의 역할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기술 분야가 패권의 대상이 될지,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약점과 강점은 뭔지 파악해야 한다. 특허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핵심 특허 확보, 회피전략 수립, 분쟁 대응방안 구축에 나서야 한다. 대응력이 약한 중소기업 특허 분쟁 예방과 대응도 지원해야 한다. 이제는 지식재산 약자인 중소 상공인 보호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겠다. 10일 대전 중리시장에 ‘찾아가는 특허상담소’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