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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 아이들 “집 대신 학교에서 친구와 함께 놀아요”

입력 | 2022-02-17 03:00:00

[함께 만드는 포용국가]〈상〉온종일 안심 돌봄
지자체, 교육부-복지부와 연계… 오후 8시까지 학교돌봄터 운영
돌봄교사-외부 강사 지도 아래 종이접기-독서 등 다양한 활동
학원 다녀온 뒤 재입실도 가능… 부처별 다양한 형태 돌봄 제공



충남 논산시 중앙초 학생들이 학교돌봄터에서 실뜨기를 하고 있는 모습. 맞벌이 가정을 위해 오후 8시까지 돌봄을 제공하는 이 학교돌봄터에서 아이들은 책을 읽고 또래와 어울리며 시간을 보낸다. 논산=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정부는 2018년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포용국가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포용 △안전 △혁신 △통합의 4대 사회가치를 근간으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중심이 되어 혁신적 포용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부처별 협업방안을 도출해왔다. 사회정책 주요 과제 중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과 ‘학교폭력 예방·근절’ 현장을 들여다봤다.


“얘들아, 우리 실뜨기 하자. 1학년 친구들부터 와서 실 받으세요∼.”

9일 충남 논산시 중앙초 학교돌봄터. 전래놀이 강사의 말에 아이들이 한 명씩 나와 손을 내밀었다. 자리로 돌아간 아이들은 바닥에 앉아 친구들과 실로 여러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웃음소리와 신난 표정은 숨길 수 없었다. 학교 내 교실을 리모델링한 공간에서 아이들은 집 안에 있는 것처럼 맨발이거나 양말만 신고 있었다.

이곳은 중앙초에 지난해 8월 생긴 학교돌봄터. 학교돌봄터는 학교 교실에서 운영되지만 기존의 초등돌봄교실과 달리 학교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한다. 지자체장의 책임 아래 돌봄의 공공성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시작한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는 초등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온종일 돌봄’을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 오후 8시까지 ‘안심 돌봄’

중앙초는 지난해 8월부터 학교돌봄터 2곳, 초등돌봄교실 1곳을 운영 중이다. 학교돌봄터 운영 시간은 초등돌봄교실보다 길다. 초등돌봄교실은 대개 오후 5시까지, 학교돌봄터는 오후 7∼8시까지 운영된다.

중앙초 학교돌봄터에서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특성화 프로그램은 △월·수요일 전래놀이 △화·목요일 원예·미술 △금요일 레고놀이 등으로 다양하다. 아이들은 돌봄선생님과 종이접기, 비즈 공예, 클레이 만들기를 하거나 독서와 숙제도 한다. 이곳에서 점심과 간식, 저녁도 먹는다. 1학년 한수영 군은 “아빠, 엄마가 모두 일하셔서 아침에 여기로 온다. 집에 혼자 있는 게 아니고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재밌다”고 말했다.

학교돌봄터는 기존 초등돌봄교실보다 맞벌이 학부모 친화적이다. 돌봄 시간이 길고, 아이들이 학원에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오은옥 중앙초 학교돌봄터 센터장은 “재입실이 안 되면 아이들이 학원을 마치고 나서 부모님이 직장에서 올 때까지 공백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맞벌이 가정을 고려한 운영”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 김성미 씨는 “직장에 다니다 보니 오후 4시 반 초등돌봄교실이 끝나면 아이를 또다시 학원에 보냈어야 했는데, 학교돌봄터는 오후 8시까지 이용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돌봄선생님 혼자 아이들을 보는 초등돌봄교실과 달리 학교돌봄터는 돌봄센터장이 상주해야 해 교사 간 업무를 나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논산시의 경우 학교돌봄터만을 위한 돌봄보안관도 있어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고 귀가 때 동행해 학부모들이 더욱 안심할 수 있다. 지자체와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더 활발하게 지원되기도 한다.

○ 지자체와 협력해 돌봄 확대

정부는 학교돌봄터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지자체가 교육청, 학교와 사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복지부에 신청하면 된다.

정부는 2018년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운영 실행계획’을 발표하면서 2017년 33만7000명이었던 돌봄 수혜 인원을 2022년 53만 명까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부처 간, 지자체·교육청 간 협력을 강화해왔다.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해야 온종일 돌봄 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복지부는 ‘다함께돌봄센터’를 2018년부터 운영 중이다. 다함께돌봄센터는 공공시설, 아파트, 주민공동시설 등 접근성이 높고 개방된 시설의 유휴공간에 마련되고 부모의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일시·긴급돌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와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는 취약계층 중심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에게 체험활동이나 공연 같은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초학습, 상담을 해주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는 돌봄 수혜 인원은 지난해 44만3000명까지로 늘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정부24 홈페이지 ‘온종일 돌봄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형태의 돌봄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부처, 지자체, 학교, 마을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적 돌봄이 원활하게 확대되고 아이들을 위한 안전하고 질 높은 돌봄이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논산=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