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접경 러軍 15만으로 증강”… 우크라 대통령 “철수 움직임 못봐” 정부 부처-은행 디도스 공격 받아… 美전문가 “러, 美상대로 야바위 게임” 푸틴 “상황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 협상력 높이기 위한 심리전 나선 듯
바이든-푸틴, 전쟁과 외교 사이 ‘우크라 대치’ 미국과 러시아가 러시아의 철군 진위를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러시아군이 주둔지로 돌아갔는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왼쪽 사진).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현장 상황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며 철군을 확신할 수 없다는 듯한 발언을 했다. 워싱턴·모스크바=AP 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전쟁 직전으로 치닫던 미국과 러시아의 ‘강 대 강’ 대치에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공 디데이로 꼽히던 16일(현지 시간)을 하루 앞둔 15일 협상 뜻을 내비치면서다. 다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러시아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능한 주력 부대를 국경에 배치하고 있다고 본다. 러시아의 일부 병력 철수가 미국의 정보전에 맞선 러시아의 위장 전술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우크라이나 사이버보안센터는 국방부와 외교부를 비롯한 주요 정부 부처와 대형 은행 2곳 등 최소 10곳의 주요 웹사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디도스(DDOS) 공격을 받아 마비되거나 서비스 장애를 겪었다며 러시아를 공격 배후로 추정했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을 잇달아 모스크바로 불러들여 협상력을 높인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유지하면서 향후 외교전에서 미국의 양보를 최대한 끌어내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철군 주장 러, 국경 전력 증강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백악관 연설에서 “러시아 국방장관은 일부 부대가 우크라이나 인근 주둔지를 떠났다고 밝혔다”며 “좋은 일이다. 하지만 (원래) 주둔지로 돌아갔는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 BBC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어떤 철수 움직임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줄리앤 스미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러시아가 지난해 12월에도 비슷한 주장을 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미국 랜드연구소 다라 마시코 수석정책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러시아가 ‘셸 게임’(일종의 야바위)을 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이날 크림반도에서 탱크와 장갑차들을 열차에 실어 원주둔지로 복귀하는 남부군관구 소속 부대들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전날 남부·서부군관구 부대들이 철수한다고 밝힌 뒤 미국이 믿을 수 없다고 하자 보란 듯이 영상을 공개한 것. 유리 필라토프 아일랜드 주재 러시아대사는 이날 러시아 부대들의 철수 시점을 “3∼4주 뒤”라고 특정하기도 했다.
○ “러, 일부 철수로 美 신뢰 하락 노려”
러시아 국방부가 1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마친 남부군관구 소속 부대가 탱크와 장갑차 등을 싣고 크림대교를 건너 원주둔지로 철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러시아군 철군에 대해 “현장 상황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는지 보고 철군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BBC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오래 끌어 최대한 이득을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러시아가 며칠 또는 몇 주 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세상은 러시아가 불필요한 죽음과 파괴를 선택한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인명 희생(human cost)이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확실한 긴장 완화 조치를 요구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