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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생일 조용히 지나간 北, 중국 눈치 봤나

입력 | 2022-02-17 11:24:00


북한이 김정일 생일인 지난 16일 광명성절에 군사 도발이나 위협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개최 중인 우방 중국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16일 김정일 생일 관련 행사 개최 사실을 17일 집중 보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한반도 정세나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 업적을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핵무력이나 군사 분야 치적이 거론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 김정일 생일에는 내부 축제 분위기 조성에만 집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 북한은 자위적 국방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 이념의 정당성을 과시할 수 있는 인민 생활 업적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고 인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 민심을 안정, 고양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엔이 올림픽 휴전 기간을 선포한 만큼 북한이 이를 고려해 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을 자제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유엔 휴전 결의 존중, 베이징동계올림픽 기간 우방국인 중국 입장 고려, 대미 강대강 입장 표명 후 미국의 입장 변화를 기다리는 과정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지난 1월에 무려 7일간이나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중국은 그렇지 않아도 매우 불편해하고 있었는데 베이징 올림픽 기간인 2월16일 김정일 생일에도 만약 북한이 무력시위를 했다면 중국은 북한이 중국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생각하고 매우 불쾌해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 센터장은 이어 “북한이 장기간의 셀프 봉쇄로 인한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김정일 생일을 조용히 보낸 것은 향후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계획된 도발을 앞두고 숨 고르기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정 센터장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북한의 위성 발사나 ICBM 발사에 대해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채택하는 데 중국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게 하기 위해서도 올림픽 기간 중 북한의 자제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