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손잡고 미래로] 울산 남구의 역사와 볼거리 한국 산업화 발상지 울산공업센터… 예술인-시민 위한 ‘문화창고’ 변신 최초의 포경 전진기지 장생포 일대… 고래박물관과 고래체험 선박 운영 시민 의견 반영해 지정한 ‘울남9경’… 철새-벚꽃-단풍 등 즐길거리 다양
한국 고래 생태관광 1번지인 울산 장생포가 부전역∼태화강역 구간의 광역전철 개통으로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울산 남구 제공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은 산업 한국의 출발점이자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존재하게 만든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이달 3일 울산 남구 장생포 문화창고 A-소극장에서 열린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60주년 기념식장.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념식에서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은 “오늘의 60주년 기념식을 또 다른 도약을 향한 결의를 다짐하는 자리로 만들자”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산업화-근대화 발상지
서 구청장이 기념사를 한 곳은 60년 전인 1960년 2월 3일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치사문을 읽었던 곳이다. 박 전 대통령은 울산 앞바다가 바라보이는 납도마을(울산 남구 매암동)에서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4000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 숙원의 부귀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는 이곳 울산을 찾아 신공업도시를 건설하기로 하였습니다”라는 치사문을 읽어 내려갔다. 1962년 1월 27일 울산이 대한민국 최초 공업지구로 지정된 취지를 설명한 것.
당시 기공식에는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주한 외교사절과 주한 유엔군사령관,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대한뉴스’는 기공식 현장에 모인 울산시민이 3만여 명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당시 8만5000명에 불과하던 울산시민의 35%가 참석한 셈.
박 전 대통령이 치사문을 읽었던 곳은 1973년 냉동창고가 건립돼 운영되다 2016년 폐쇄돼 방치되고 있었다. 서 구청장은 “대한민국 산업화와 근대화의 상징이 되었던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장소가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며 냉동창고를 사들여 리모델링했다. 지하 1층, 지상 7층(연면적 6275m²) 규모인 이 냉동창고는 ‘장생포 문화창고’로 지난해 개관했다.
건물 입구에는 ‘한국 공업입국 출발지’라는 비석도 세웠다. 박 전 대통령이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는 장면과 학생들의 환송 박수에 거수경례로 답하는 사진 등 관련 자료를 모아 2층에 기념관도 만들었다. 문화창고 1층에는 청춘마당과 푸드코트인 어울림마당, 2층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창작·체험 공간, 3층에는 전시·행사나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갤러리와 테마공간, 4층에는 고래 벽화 등이 그려진 시민창의광장과 갤러리, 5층에는 공유 작업실과 사무실, 공연 연습실, 구립교향악단 전용 연습실, 6층에는 소극장과 북카페가 각각 마련됐다. 옥상에는 정원인 별빛마당이 조성됐다.
울산 관광 1번지 장생포
장생포 고래마을에서 관광객들이 ‘오징어게임’을 하고 있다. 울산 남구 제공
한국 최초의 포경 전진기지였던 울산 남구 장생포 일대 164만 m²는 2008년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에는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을 비롯해 살아 있는 돌고래를 볼 수 있는 고래생태체험관, 고래 문화마을 등이 있다. 또 장생포 앞바다로 나가 고래를 관찰하는 고래바다여행선도 운항한다. 이들 시설 1.3km 구간에는 8인승 객차 5량으로 모노레일이 운행 중이다. 지상 3m 높이에 설치돼 있어 주변 경관을 둘러보기에 좋다. 고래의 역동적인 모습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5차원(5D) 입체영상관도 운영 중이다.
울산 남구에는 장생포 이외에도 주민 의견을 수렴해 ‘울산 남구 9경(울남구경)’을 지난달 선정해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울남구경’은 가을 태화강 하류의 억새물결과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날아드는 삼호철새공원의 떼까마귀 군무(群舞), 울산공단 야경, 장생포 문화창고 저녁노을 등이다. 또 산책로 4km 구간의 경치가 계절마다 다른 선암호수공원 사계, 무거천을 따라 수령 50년 이상 된 벚나무가 있는 궁거랑 벚꽃길,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의 오색 수국정원, 남산 12봉과 울산체육공원 가을단풍도 포함돼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