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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영구미제되나…1심 무죄

입력 | 2022-02-17 14:43:00


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기소한 핵심 피고인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7일 오후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 심리로 열린 살인과 협박 혐의로 구속기소된 A(56)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법원은 A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받는 살인 혐의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판 말미에 피고인을 향해 “법률적인 판단이 무죄라는 의미다”며 “더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방송 취재진을 협박한 혐의에 대해선 “협박성 메시지를 피해자에게 2분 간격으로 연이어 발송하는 등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1999년 8~9월 불상자의 지시를 받고 같은해 11월5일 오전 3시15분에서 6시20분 사이 제주시 북초등학교 인근 거리에서 이승용(당시 44세) 변호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공범과 사건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직접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숨진 조직원과 범행에 관해 공동가공의 의사가 존재하고, 범행에 대한 본질적 부분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해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형법상 공모공동정범의 논리를 적용, A씨도 살인 죄책을 진다는 것이다.

공모공동정범은 직접 실행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핵심적 영향을 끼친 의사 전달이 있다면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이론이다.

그동안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A씨 측은 “리플리 증후군이다. (방송촬영 당시) 부풀려서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며 기소의 근거가 된 방송 내용의 진위를 부정했다.

수사기관은 지난해 6월2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제주지역 조직폭력단체에서 활동한 제보자가 자신이 이 변호사의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당시 제보자로 출연한 A씨가 범행에 쓰인 도구를 상세히 설명하는 등 내밀한 부분까지 인지한 점 등을 토대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유력 피의자로 보고 즉각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재판을 모두 지켜본 당시 이승용 변호사와 함께 일한 고경송 전 사무장은 “피고인이 법률적인 판단을 이유로 무죄 선고받은 것에 대해서는 통한스러운 일이다”면서 “검찰이 꼭 항소를 해서 유죄를 입증해주실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항소 의지를 피력했다.

1심 선고 이후 검찰은 즉각 입장문을 통해 “피고인이 언론 인터뷰를 자청해 범행을 자백하는 임의성 있는 진술을 했고, 그 밖에 여러 관련자들의 증언과 물증 등 제반 증거와 법리에 비춰 범죄사실이 충분히 입증되는 것으로 판단해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결문 전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심을 통해 범죄사실을 충분히 입증하겠다”며 “범죄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