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출이 견실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내부에서 조차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라며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까지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망 교란도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로 돌아서는 ‘쌍둥이 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발표한 ‘수출상황 판단 지표별 최근 동향 및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 수출이 견고한 상승세를 지속하며 당분간 견실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1990년대 이후 우리 수출은 7번의 순환이 있었으며 현재는 8번째 순환의 상승국면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했다. 현 수출 사이클의 경우 상승 국면이 지난해 말 기준 1년 8개월째 진행중인데, 과거 평균 상승국면 지속기간이 1년 11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정점이 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한은의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60억6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내 20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1년 전에 비해서는 흑자폭이 60억 달러나 축소되는 등 흑자기조가 약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면서 경상수지도 조만간 적자로 돌아서는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됐던 2008년 당시에도 수출 증가율 호조에도 불구하고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입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번에도 에너지 가격 상승발 수입액 급증이 무역수지 적자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5월까지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지속될 경우 국내에서도 사실상 처음으로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 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한은 내부에서도 “조만간 둔화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상품수요의 확대가 우리 수출에 보탬이 됐음을 감안하면 향후 대면수요가 회복될 경우에는 반대로 우리 수출에 긍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올해 하반기로 가면서 점차 수출이 둔화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금액기준으로는 물론이고 물량기준으로도 수출은 견조한 흐름이며 품목별로 보더라도 대부분의 품목들이 수출의 확장국면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향후 수출이 빠르게 둔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반도체경기 호조로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도체 품목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도 수출은 계속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