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롯데와 빙그레, 해태 등 주요 제조·판매업체들이 수년간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을 담합해오다 적발됐다.
이들의 담합 행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매점과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업체에 13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일부 업체는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과 아이스크림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을 담합한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 5개 제조·판매업체에 과징금 총 135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담합 행위에 가담한 부산 소재 삼정물류, 태정유통, 한미유통 등 3개 유통사(대리점)는 시정명령과 함께 재발방지 교육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 4개 제조사들은 소매점 감소와 납품 가격 하락 등으로 매출이 떨어지자 지난 2016년 2월15일 영업 전반에 대해 서로 협력하자는 기본합의를 했다.
이들 업체는 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 합의를 시작으로, 소매점·대리점 대상 지원율 상한 제한 합의, 편의점·기업형 슈퍼마켓(SSM)·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대상 납품·판매가격 인상 합의 등 영업 전반으로 담합을 확대했다. 담합기간 중 롯데제과는 롯데지주와 롯데제과로 분할되면서 담합 업체는 5개사로 늘었다.
이들의 담합은 1개 제조사나 대리점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시판채널인 소매점과 낮은 납품가격을 제안한 제조사 제품을 대량 매입하는 대형 유통채널을 대상으로 했다.
실제로 2017년 4월 롯데푸드와 해태제과식품은 거북알, 빠삐코, 폴라포, 탱크보이 등 튜브류 제품 가격을 800원에서 1000원으로 합의 하에 인상했다. 2018년 1월에는 4개 제조사들이 티코(롯데제과), 구구크러스터(롯데푸드), 투게더(빙그레), 호두마루홈(해태제과식품) 등 이른바 떠먹는 아이스크림의 판매가격을 할인 없이 4500원에 일괄 판매하도록 입을 맞췄다.
같은 해 10월에는 월드콘(롯데제과), 구구콘(롯데푸드), 부라보콘(해태제과식품) 등 콘류 가격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했다. 심지어 불과 3개월 뒤에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콘류 가격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또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을 자신의 거래처로 전환하는 영업경쟁을 금지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소매점에 대한 지원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소매점에 공급하는 아이스크림의 납품가격 하락을 간접적으로 방지하는 차원이었다.
특정 사업자가 합의를 어기고 경쟁사가 거래중인 소매점에 낮은 납품가격을 제시해 자신의 거래처로 흡수하면 자신의 기존 소매점을 경쟁사에게 제공하는 등 보상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업체들이 지난 2007년에도 가격담합으로 적발돼 4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고도 이번에 재차 적발되는 등 판매시장의 경쟁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지적했다.
다만, 제조·판매업체와 달리 유통사들의 경우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담합에 가담한 점을 고려해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국민 간식인 아이스크림의 가격상승을 초래한 다양한 형태의 담합을 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식품 등 먹거리 분야와 생필품 등 국민생활 밀접분야에서 물가상승 또는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위반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