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택치료자가 동네 의료기관에서 전화 상담 후 처방받은 약을 모든 동네 약국에서 조제·전달받을 수 있도록한 ‘재택치료 체계 개편 이행 방안’이 17일로 시행 둘째날을 맞았지만 여전히 자가진단키트 업무에 시달리는 약사들은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이 같은 개편안에 따라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된 재택치료 대상자 중 일반관리군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재택치료 의약품을 모든 약국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전화 상담으로 처방받은 해열제, 감기약 등은 지정된 약국 472개소에서만 조제, 전달받을 수 있었다.
다만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동거인이 수령하는 게 원칙이다.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이전처럼 시·군·구에서 지정된 약국에서만 받을 수 있다.
마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어제 오후에 공문이 다시 정리돼서 내려오긴 했는데 나는 그걸 퇴근하고 집 가서 봤다. 어제부터 시행이었는데 어제 밤에서야 공문을 본 것”이라며 “나 같이 1인 약국 하는 약사가 많은데 그 약국들도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 처방약 조제 대상 아닌가. 우리들은 자가진단키트 소분하랴, 재고 문의 대응하랴 정신 없다. 근데 하루에 몇 개씩 내려오는 공문을 언제 다 읽냐”고 전했다.
이어 “지금도 새로 시행된 사항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진 못하다. 만약 당장 관련 처방전이나 손님을 받게 된다면 오류 없이 할 자신 없다”며 “오류 생기면 고스란히 아픈 손님들 피해인데, 미리미리 공지하고 숙지할 시간을 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포구의 다른 약사 B씨도 “지침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황에서 관련 처방전을 받았는데, 공문을 몇 번이나 다시 들여다봤다. 처음 해보는 거라 생소하니까”라며 “손님도 불안한지 제대로 된 것 맞는지 되묻고 갔다”고 전했다.
그는 “공문을 진득하게 보고 있을 시간도 잘 없다. 공문을 보고 있으면 자가진단키트 재고 문의 전화 오고, 다시 좀 보려고 하면 키트 입고된 것 소분하느라 시간 다 쓴다”며 “어제 밤에는 퇴근하고 집 가서 진단키트 소분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틀째인 만큼 차질 없이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는 약사도 있었다.
마포구의 약사 C씨는 “어제 오전만 해도 뭐가 뭔지 잘 몰랐는데, 헷갈리던 사항을 정리한 공문이 어제 오후에 내려왔다”며 “보고 따라 하니까 크게 혼란은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약사 D씨는 “병원에서 간호사가 직접 처방전을 갖다주면서 설명해 줘서 혼란은 없었다”며 “기존 일반 손님들의 경우와 절차상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