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방사화학실험실(RCL) 위성사진 (38노스 DPRK 디지털 아틀라스 캡처) © 뉴스1
이와 관련 비핵화 문제에 관한 북미 간 협상 재개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한 만큼 북한이 이 기회를 활용해 자신들의 핵능력 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 스팀슨센터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따르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에선 올 2월 말부터 방사화학실험실(RCL) 가동을 시사하는 움직임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RCL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공정에 사용되는 건물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렇게 추출한 플루토늄을 핵무기 제조에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38노스는 “화력발전소 가동이 추가적인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과거 실시한 핵연료 재처리 작업 뒤 생성된 방사성 폐기물 처분이나 단순히 시설 유지·보수 차원에서 발전소와 주변 시설을 가동 중일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38노스가 분석한 최근 위성사진에선 Δ영변 시설 내 우라늄농축공장(UEP)의 냉각시스템 개량 공사가 이뤄진 듯한 정황과 Δ작년 수해 당시 범람한 인근 구룡강의 댐 증설 공사가 실시 중인 정황도 함께 포착돼 “북한이 아직 이 시설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 뒤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 측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부부가 지난 2018년 9월19일 남북정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 및 예술공연 관람차 평양 5.1경기장에 입장한 뒤 관객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문 대통령, 김 총비서, 김 총비서 부인 리설주 여사. 2018. 9.19/뉴스1 © News1
이후 북미 양측은 그해 6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열린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과 10월 스웨덴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을 통해 재차 이견 조율에 나섰지만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고 결국 북미 간 접촉도 끊기고 말았다.
그 와중에 북한은 ‘2019년 말’을 시한으로 설정하면서 “미국이 적대시정책 철회 등 한반도 정세에 관한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고 경고하는가 하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까지 밝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2020년 한 해 동안은 초대형 방사포(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다연장로켓포) 등 일련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이상으론 무력도발 수위를 높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탄’도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이 지난 1월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ㅅ’을 공개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올 1월 김 총비서 주재 제8차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Δ핵기술 고도화와 Δ전술핵무기 개발 Δ초대형핵탄두 생산 등을 “국방공업을 비약적으로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중핵적 구상과 중대한 전략적 과업들”로 제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이 같은 행보엔 일방적인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우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을 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올 초부터 진행해온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