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사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난해 11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4)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부 공모자들과 결탁해 우리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한 쿠데타를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이를 전면 부인했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2022년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이 흐른 지금 러시아의 17만 병력이 우크라이나를 포위하며 전운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여 자국의 안보를 보장받고 싶어 합니다. 반면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은 곧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 신인이던 젤렌스키는 2019년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현직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습니다. 이후 러시아와 각을 세워 왔습니다. 키예프를 품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뿌리입니다. 러시아로서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넘겨줄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앞서 우크라이나의 후퇴 조짐이 엿보였습니다. 바딤 프리스타이코 주영국 우크라이나 대사는 13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위협받고 떠밀리는 상황에서는 나토 가입 목표를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가입을 자꾸 언급해서 러시아의 위협을 초래하지 말라는 여러 나라의 제안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일을 16일이라고 예측하고 자국민의 철수를 명령했습니다. 젤렌스키는 16일을 ‘단결의 날’로 선포하며 항전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15일 크림반도 지역에 배치된 부대 일부를 철수하기 시작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유럽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서방국의 안전보장 제안과 관련해 대화를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방 진영이 의혹을 제기하자 러시아는 철군 장면을 동영상으로 내보내며 응수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러시아군 철군 소식에 각국 증시는 일제히 반등했고 국제 유가는 진정세를 보였습니다. 러시아의 의도를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이 임박했습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