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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문화유산 ‘김포 장릉’ 옆 검단신도시 아파트 논란

입력 | 2022-02-18 03:00:00

대방건설 등 3개 건설사 19개동 공사중지 명령 본소송 재판 시작
입주 4개월 앞두고 입주예정자 불안
문화재법 규제사항 고지 둘러싸고 서구-문화재청은 책임소재 공방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 왕릉 중 하나인 김포 장릉 뒤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들이 보인다. 장릉 인근 아파트를 둘러싼 문화재보호법 위반 논란은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건설사와 문화재청의 소송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의 실수인데 왜 입주 예정자만 피해를 봐야 하나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인근에 지어져 이른바 ‘왕릉 뷰’ 논란에 휩싸인 인천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입주 예정자의 하소연이다.

문제가 불거진 곳은 대방건설과 금성백조 대광건영 등 3개 건설사가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의 19개 동이다. 입주 예정 가구만 1373가구에 달한다. 문화재청이 “김포 장릉 역사환경 보존지역에 있어 관련 심의를 받아야 했지만 건설사들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지난해 공사중지 명령과 경찰 고발 등을 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이에 건설사들은 공사중지 명령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2심 재판부까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우선 공사가 재개됐지만, 다음 달부터는 본소송의 재판이 시작된다. 하지만 아파트 공사는 이미 막바지 단계로, 입주를 4개월여 앞두고 있어 입주 예정자들만 입주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다섯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가 묻힌 무덤이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하나다. 검단신도시 조성사업 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는 2014년 인근에 김포 장릉이 있다는 것을 알고 김포시로부터 ‘현상변경 허가’를 받았다. 현상변경은 공사 등으로 문화재의 현재 상태를 변경할 때 허가를 받는 절차다. 이때만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2017년 1월 발생했다. 문화재청은 이때 김포 장릉 반경 500m 내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 심의하겠다고 현상변경 허용기준을 강화해 고시했다. 반경 500m 안에 있던 20∼25층 규모 3개 아파트가 이 강화된 규정에 걸리게 됐다.

문화재청은 강화된 규정을 장릉이 있는 김포시에 알렸다. 하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한 인천도시공사와 건설사들은 2017년 토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고, 인천 서구는 2019년 기존 계획대로 아파트 건설을 허가해 공사가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공사가 시작되고 약 2년이 지난 지난해 5월 다른 사업자의 현상변경 신청 건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해당 아파트의 문제를 발견하고 공사중지 명령 등 대응에 나섰다.


● 책임 공방 속 입주 예정자만 피해 가능성

인천 서구와 문화재청은 문제의 책임이 서로 상대방에게 있다며 맞서고 있다. 서구는 문화재청이 강화된 규제사항을 알리지 않았고, 이미 2014년 현상변경 허가를 완료한 사안에 이후 강화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서구 관계자는 “문화재청에서 변경된 고시만 제대로 알렸어도 건축 허가를 내줄 때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문화재청은 관보 게재로 해당 고시의 효력이 발생한 만큼 문화재보호법 위반이 맞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법을 몰라서 안 지켰다고 면제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책임 공방은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건설사와 문화재청 간 재판에서 가려진다. 문화재청이 변경된 고시를 제대로 알렸는지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도 주목된다.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지난해 12월 김종진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과 김현모 문화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최악의 경우 아파트 철거까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는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3개 아파트는 기존 계획대로 올해 6월부터 9월 사이 입주를 예정하고 있다. 문제가 된 한 아파트 입주 예정자협의회 회장은 “올해 입주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지만, 하루빨리 문제가 마무리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문화재청과 건설사 간 소송 결과와 함께 전·현직 문화재청장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도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