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
강홍구·스포츠부
쇼트트랙 영광의 순간 뒤에는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었다. 성적 만능주의에 가려졌던 파벌싸움, ‘짬짜미 논란’ 등이 수시로 터져 나왔다. 최근에는 폭행에 더해 선수단 내 갈등까지 수면으로 떠올랐다. 겨울스포츠 대표 효자종목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팬들의 신뢰를 점점 잃어만 갔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두 가지 결단을 내렸다. 그중 하나는 국가대표 선발전 1위를 한 심석희(25)에 대한 징계다. 지난해 12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문자메시지로 동료를 비방한 심석희에 대해 2개월 자격정지 징계 처분을 내렸다. 대회가 2월에 열리는 걸 감안했을 때 사실상 올림픽 엔트리에서 제외한 셈이다. 과거 2018 평창 대회 당시 심석희는 에이스 최민정(24)과 함께 대표팀 쌍두마차로 꼽혔다. 성적에 집착해 문제 해결을 회피하기보다는 이참에 확실하게 갈등의 앙금을 정리하겠다는 의도였다.
감독 없이 전임 코치 체제로 이번 대회를 치른 것 역시 과거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성폭행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조재범 전 코치 등 지도자 자격 문제가 불거지면서 연맹은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개정에 맞춰 지도자 선발 기준을 높였다. 수차례 공개채용 끝에도 기준에 맞는 적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연맹은 결국 감독 없이 베이징 대회를 준비했다. 당장 눈앞의 대회 때문에 흔들리기보다는 원칙을 고수하기로 한 것이다. 대표팀은 지도 경력이 많은 이영석 코치를 중심으로 대회를 치렀다.
한번 잃은 신뢰는 곧바로 회복되지 않는다. 과감한 결단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용기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듯 계속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잔뜩 파헤쳐진 빙판이 다시 채워지듯, 한국 쇼트트랙이 팬들의 신뢰를 차근차근 회복하길 기대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