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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오늘처럼… 차민규-김민석 1000m 메달 사냥

입력 | 2022-02-18 03:00:00

[베이징 겨울올림픽]
1992년 알베르빌대회 김윤만 銀… 겨울올림픽 44년 만에 첫 메달
깜짝 성과에 경기사진도 없어
차민규 500m, 김민석 1500m서 銀-銅 얻었지만 새 역사에 도전



한국의 겨울올림픽 첫 메달은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나왔다. 1992년 2월 18일 알베르빌 대회에서 김윤만이 1위에 0.01초 뒤진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내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들고 감격에 젖은 19세의 김윤만(왼쪽 사진). 이후에도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모태범이 은메달을(가운데 사진), 2018년 평창 대회에서 김태윤이 동메달을 따내며 1000m의 기적을 이어갔다. 대한체육회 제공·동아일보DB


1992년 2월 18일은 한국 겨울올림픽 역사의 터닝포인트가 된 ‘시작의 날’이다.

한국 시간으로 19일 새벽 프랑스 알베르빌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당시 19세의 김윤만이 깜짝 은메달을 따냈다. 1948년 생모리츠 대회에 처음 출전한 후 44년 만에 나온 한국 겨울올림픽 첫 메달이었다.

이보다 이틀 뒤 예정된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첫 메달이자 금메달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 관계자와 취재진은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장에 모여 있던 상황이었다. 실제 김기훈이 한국의 겨울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주종목인 500m에서 10위를 했던 김윤만은 1000m에서는 입상 욕심 없이 후련하게 레이스에 임했는데 120%의 경기력이 나왔다.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몸의 균형을 잡고 힘 있게 치고 나간 스케이팅은 최고 시속 48km의 속도를 내더니 1분14초86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고개를 들어 쳐다본 전광판에는 ‘ROK(Republic of Korea) 2’가 떴다. 금메달을 딴 독일 올라프 칭케와는 불과 0.01초 차였다.

예상하지 못한 낭보에 당시 국내는 난리가 났다. 현장에 취재진이 거의 없어서 지금도 시상식 말고는 변변한 사진이 남아 있지 않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샤우팅’ 해설로 인기가 높은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감독도 당시 김윤만과 함께 1000m에 나섰는데 1분17초34로 26위에 올랐다.

이로부터 정확하게 30년이 되는 18일, 차민규(29·의정부시청)와 김민석(23·성남시청)이 2022 베이징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 나서 30년 전 이정표 재현에 도전한다. 평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500m 은메달을 따낸 차민규와 역시 1500m에서 두 대회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건 김민석은 1000m에서도 빙상 역사에 이름을 남길 태세다.

현재 대한체육회 생활체육부 과장인 김윤만(49)은 “베이징 올림픽 1000m 경기 날짜가 정확하게 30년 전 은메달을 땄던 날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며 “알베르빌 이후 올림픽 1000m에서 두 번이나 메달이 나왔는데 베이징에서도 후배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1000m를) 겨울 대표 효자 종목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보냈다. 이어 “김형호 대표팀 코치와 통화를 했다. 두 선수 컨디션이 아주 좋다고 한다”며 “1000m가 강한 네덜란드 선수들과 잘 경쟁을 하면 충분히 승산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민규는 이번 시즌 월드컵 1000m 10위, 김민석은 17위다. 시즌 랭킹에서 밀리지만 차민규는 지난해 12월 월드컵 4차 대회에서 1분7초32로 개인 최고 기록을 냈다. 김민석도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인 1분8초18을 찍어 자신감이 있다. 월드컵 1위 토마스 크롤(네덜란드)와 1500m에서 김민석에게 밀린 닝중옌 등이 1분6초대의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데 현재의 경기력과 자신감이라면 충분히 기록 근접 대결이 가능하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