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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예바도 올림픽 끝나면 버려질 운명?

입력 | 2022-02-18 03:00:00

[베이징 겨울올림픽]
러시아 女 피겨 코치 투트베리제, 최고기술인 4회전 점프시대 열어
7년째 대표선수들 배출하며 군림… 러 4회전 점프선수 10명이나 보유
메달 딴 선수는 은퇴하거나 떠나… 메드베데바-자기토바도 마찬가지



예테리 투트베리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피겨스케이팅 대표팀 코치(왼쪽)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도중 금지약물 양성 반응 결과를 받아든 카밀라 발리예바를 안아 주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피겨 외계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집어삼켰다. 양성에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출전을 강행한 발리예바의 첫 올림픽 출전은 무성한 논란과 비판만 남겼다. 발리예바가 다음 올림픽에 출전해 명예회복을 노릴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일회용 컵’처럼 버려질 가능성이 높다.

발리예바는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48·러시아) 사단의 선수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발리예바를 비롯해 안나 셰르바코바(18),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8) 등 3명의 선수와 함께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여자 피겨를 지배하고 있는 인물이다. 다만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영광을 함께한 선수는 곧바로 은퇴를 하거나 투트베리제 코치의 곁을 떠났다는 점이다.

2014년 소치 피겨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율리야 리프니츠카야(24·러시아)는 거식증으로 고생하다 3년 뒤 은퇴했다. 2018년 평창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알리나 자기토바(20)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23·이상 러시아)의 운명도 비슷했다. 자기토바는 1년 뒤 같은 사단의 선수들에게 뒤처지자 은퇴했다. 메드베데바는 올림픽 3개월 뒤 “친구 같은 코치와 일하고 싶다”며 김연아(32)의 코치였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에게 갔다. 이 외에도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간 선수들이 잠깐 두각을 보이다 부상 등을 당하면 가차 없이 투트베리제 코치에게 버림받았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현재 여자 피겨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 시대를 만든 인물이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출신 선수 3명 모두 쿼드러플 점프를 뛴다. 여자 선수 중 러시아 선수를 제외하고 쿼드러플 점프를 실전에서 뛰는 선수는 일본의 기히라 리카(20) 정도에 불과하다. 기히라도 몸에 무리가 가는 쿼드러플 점프 탓에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어린 선수들에게 살벌할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과 식단 조절을 요구한다. 하루에 12시간 넘는 훈련은 기본이며 물 마시는 것까지 통제한다. 그럼에도 7년 넘게 러시아피겨선수권에서 우승자를 계속 배출해 투트베리제 코치가 이끄는 삼보70 클럽에는 러시아의 어린 선수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다.

러시아에는 쿼드러플 점프를 뛸 수 있는 어린 유망주가 10명 넘게 있다. 발리예바가 없어도 대신할 선수들이 넘친다는 얘기다. 해외 피겨 전문가들과 코치들이 발리예바가 ‘일회용 컵’ 운명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