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인수 의사도 밝혀 TSMC도 일본에 10조 투자 계획… 삼성 압박
팻 겔싱어 인텔 CEO
“우린 예정보다 좀 앞서 있다. 하지만 아직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한 인텔의 행보가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 시간) 자사 반도체 전략발표 행사인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에서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인텔은 사내에 ‘자동차 전담 그룹’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차세대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기술을 위한 파운드리 첨단 공정을 준비하는 한편 자체 디자인 서비스와 반도체 지적재산(IP)을 고급 반도체 패키징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차량용 반도체 총 시장 규모는 10년 후 현재의 두 배인 1150억 달러(약 137조6000억 원)로 예상된다”며 “(현재의) 파편화된 공급망과 기존 공정 기술은 증가하는 수요를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텔은 본업인 중앙처리장치(CPU) 사업이 어려움을 겪던 와중인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을 선언했다. 이번에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로 분야를 특정해 밝히면서 전략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아직 초기 시장이자 성장성이 높은 차량용 파운드리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텔의 이 같은 행보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 반도체 공장 확대에 당초 계획보다 1800억 엔(약 1조8700억 원) 늘어난 9800억 엔(약 10조18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까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약 20조 원을 투자해 제2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도 테슬라,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계와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차량용 반도체 관련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인텔로서는 미국 정부와 완성차업계의 뒷받침이 예상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다”며 “차 한 대당 2, 3만 개의 칩이 들어가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이 시장에서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점점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