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에게 3년 전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다고 해보자. 과거로 돌아가서 주변 사람들에게 “3년 뒤엔 디지털 파일이 6천 억 원에 팔렸다”는 얘기를 한다면 다들 믿을까? 코로나19 이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비현실적인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NFT는 가격은 나날이 증가세다. 대체 NFT가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는 하나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암호 토큰’이다. 각각의 토큰이 고유한 인식 값을 갖고 있어 대체가 불가능하다. 설명을 위해 예시를 들어보겠다. 당신이 친구에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차를 빌려주고, 한 달 뒤에 돌려받기로 했다고 하자. 당신은 약속한 날에 ‘바로 그 차’를 돌려받기를 기대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자산은 ‘대체 불가능성’이란 고유성을 갖는다. 우리가 쓰는 지폐는 다르다. 동일한 가치를 갖는 지폐끼리는 언제든 교환이 가능하다.
KB지식비타민 보고서 \'블록체인 시장의 다음 메가트렌드, NFT\', 출처=KB경영연구소
NFT의 또 다른 특성은 ‘토큰’이란 점이다. 토큰은 블록체인에 저장된 디지털 파일로 특정 자산을 나타낸다. 특정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화’하는 것이 ‘민팅’이다. 이때, 디지털 이미지와 음악 등의 디지털 자산, 실물 자산 등을 모두 민팅할 수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 파일은 무한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원본임을 입증하기가 어려웠다. NFT를 통해선 디지털 파일이 ‘원본’이란 사실과 파일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기록할 수 있다. 무수히 많은 복제품 속에서 원본은 희소성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투자의 가치가 만들어진 것이다.
출처=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NFT·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자산(지식재산)의 가치창출'
유진투자증권의 보고서 ‘NFT, 메가트렌드가 될 것인가’는 “NFT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슈테크(신발+재태크)와 같은 리셀링처럼 MZ세대는 초기비용 대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희소가치가 있는 제품을 알아보는 정보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핍세이(Pipsay)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중 41%가 NFT를 구매한 경험이 있으며, 영국도 45%가 이 시장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는 한정품, 신제품 출시 전날부터 매장 앞에서 텐트를 치고 대기할 정도로 희소가치가 있는 상품에 발 빠르게 투자를 한다.
정당한 보상이 창작자에게로
지난해 4월, 폴 매카트니를 포함한 156명의 영국 뮤지션들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저작권법 개정을 요구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아티스트의 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 차원에서 법적으로 뮤지션을 보호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뮤지션들은 “아티스트는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의 15%밖에 받지 못한다. 라디오로 스트리밍을 할 때 라디오 매출의 50%가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NFT·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자산(지식재산)의 가치창출'
자신의 음악과 앨범을 NFT화해서 이용자에게 직접 판매하면 음악 스트리밍 업체 등과 같은 중개인을 거칠 필요가 없다. 덕분에 창작자는 더 많은 결정권과 경제적 보상을 받게 된다. 이외에도 NFT는 다양한 산업에 걸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술품과 NFT의 결합이다. 글로벌 미술품 경매업체인 크리스티의 뉴욕 경매에선 디지털 예술가의 NFT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6934 만 달러(약 785 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세계 미술시장은 지난해 501억 달러(약 59조 원) 규모였지만 코로나 19 이전의 평균적인 시장 규모는 650억 달러 규모였다. 앞으로도 NFT는 이러한 빅마켓에서 많은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은 포토샵, 랜더링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서 만들거나 실물 작품을 토큰화하는 방식 모두 가능하다.
NFT를 생성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인 '블록파티'. 출처=블록파티
CES2022에서 미국 에이전시 UTA(United Talent Agency)의 디지털 자산 부문 책임자 레슬리 실버맨은 “미셸 오바마의 공식 초상화로 유명한 흑인 여성 화가 에이미 쉐랄드의 작품은 2차 시장에서 수십만 번, 수백만 달러씩 거래가 된다. 하지만, 쉐랄드는 초기 판매 대금을 제외한 어떤 돈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NFT를 활용하면 작품이 거래될 때마다 작가에게 판매 대금 중 일부를 수수료로 돌아가도록 설정할 수 있다. 작가가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하면서, 창작 활동을 더욱 고취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기존 중개 시장의 높은 수수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기존엔 작가가 갤러리에서 작품을 판매하려면 50%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갤러리 관계자가 창작 활동에 간섭하기도 했다. NFT를 통해서 작가는 자신의 창작활동에 대한 주도권을 갖게 된다. 비싼 수수료 문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7월 말 카카오 그라운드X가 런칭한 ‘클립 드롭스’는 디지털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고 유통하는 NFT 거래 플랫폼이다. 매일 한 명의 작품만 공개되며, 경매나 한정판 방식으로 작품을 판매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작품 ‘나 혼자만 레벨업’ NFT가 ‘클립 드롭스에서 판매됐다, 출처=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게임 분야에서도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 등을 NFT로 만들 수 있다. 회사가 게임 재화로 보유해 온 걸 유저가 직접 소유하고 이전과 매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P2E(Play to Earn)게임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개념이다. 블록체인 게임에서 NFT 재화를 얻고, 이를 거래소에서 수익화하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의 보고서 ‘NFT, 메가트렌드가 될 것인가’는 “기존에도 아이템매니아와 같은 중개 서비스 업체로 계정과 아이템을 팔아왔다. 하지만, P2E를 통해서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자체적인 시장 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블록체인을 통해서 중간 과정 없이 바로 거래가 가능해졌고, 거래 수수료와 거래소 신뢰성의 문제가 사라졌기 때문에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KB지식비타민 보고서 '블록체인 시장의 다음 메가트렌드, NFT', 출처=KB경영연구소
베트남 스타트업 기업 스카이마비스 엑시인피니티는 이더리움 NFT 게임 중 가장 인기가 많다. 이 게임은 애완동물인 엑시 캐릭터 NFT를 통해서 전투, 수집, 양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캐릭터를 통한 전투로 'SLP' 코인을 획득하고, 이를 코인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국내 P2E 게임의 선두주자는 위메이드의 ‘미르4’이다. 미르4는 170국에서 12개의 언어로 런칭됐으며, 언어 장벽 없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제작됐다.
다만, 국내에선 P2E 게임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현행법상 게임 아이템 현금화는 금지됐기 때문이다. 국내 첫 P2E 게임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는 구글 플레이와 같은 앱 마켓의 자체등급 분류를 통해서 출시됐다. 하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성 위험이 있는 P2E 적용을 이유로 이 게임의 등급 분류를 취소했다.
“NFT도 투자상품, 철저한 공부가 필요”
NFT를 거래하는 마켓플레이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사용자 제작 마켓’과 ‘비사용자 제작 마켓’이다. 사용자 제작 마켓에선, (1)누구나 미디어파일을 업로드해서 토큰을 발행하거나(라리블, 오픈시, NFT MANIA 등) (2)초대를 받아야 작품을 NFT화할 수 있는 마켓(파운데이션, 블록파티 등), (3) 선발된 창작자만 작품을 올릴 수 있는 마켓이 있다(슈퍼레이, 니프티 게이트웨이). 비사용자제작 NFT 마켓플레이스는 사용자가 특정 블록체인 회사가 설계하고 발행한 NFT만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다. 대표적으론 NBA 톱샷과 소레어가 있다.
NFT MANIA를 운영하는 게임체인 박준범 대표는 “NFT는 현재 투자상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투자에 앞서 신중하게 살펴봐야 할 지점이 바로 ‘원저작자가 누구인가?’이다. 디지털 음원이 NFT로 만들어졌다면, 그 파일을 NFT화한 게 원저작자인지 그리고 원저작자의 동의가 전제됐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NFT를 원저작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로 민팅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항상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전재림 연구원은 “디지털 파일 같은 무체물(형체가 없는 것)은 소유권이란 법적인 개념이 인정이 안 된다. 그래서 거래 시 어떤 권리가 넘어가는지에 대한 부분이 모호하다. 구매자가 저작권을 양수 받는 것이 아니라서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구매자가 해당 파일을 자유롭게 이용하려면, 원저작자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 연구원의 설명처럼, NFT를 구매하더라도 의도치 않게 저작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디즈니처럼 저작권이 명백한 경우엔 원저작자를 오해하지 않겠지만, 일반적인 이미지는 이를 의심하지 않고 구매를 할 수도 있다. 만약, 원저작자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NFT라면 이를 전송이나 공연 등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참고 'NFT 레볼루션(지은이 성소라, 롤프 회퍼, 스콧 맥러플린)'
동아닷컴 IT전문 정연호 기자 ho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