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오른쪽) ‘이란 핵 기술의 날’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핵 성과 전시회에 참여해 나탄즈 핵시설에서 시범 가동할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살펴보고 있다. 이란 대통령실
이란이 미국 등 6개국과 맺은 핵 합의 복원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미국은 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의 원유수출 대금을 풀어준다는 내용이 합의안 초안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 시간) 20여 쪽에 이르는 당사국 간 합의문 초안에 미국과 이란 양측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준수를 위해 단계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들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 합의문에는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수출 대금 70억 달러(약 8조 3720억 원)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달러 송금이 어려워지자 2010년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이 계좌에 예치한 뒤 이란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해당 계좌에서 수출물품 대금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이 2019년 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 계좌가 동결됐다.
이번 이란 핵 합의문 초안에는 이란이 5%를 초과하는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2015년 미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및 독일 등 6개국과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 이하로 제한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의 핵 합의를 맺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핵합의에서 탈퇴했고 이란은 이에 반발해 우라늄 농축 수준을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 수준인 60%까지 끌어올렸다.
합의문 초안에는 이밖에도 이란에 억류된 서방 인사들을 석방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핵 합의 최종 타결도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AFP통신에 “지난주에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이란이 진정성을 보인다면 며칠 안에 JCPOA의 완전한 이행을 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6일 이란 측도 핵 합의 복원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확인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속도를 내게 된 것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라도 긴장의 ‘뇌관’을 빨리 제거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란이 미국에 행정부의 약속 외에 의회 차원의 승인 절차도 요구하고 있어 막판 합의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