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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금 난데없이 ‘지자체장 간선제’ 추진하는 행안부

입력 | 2022-02-19 00:00:00

행정안전부 청사 전경. 뉴스1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방의회가 간선으로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장 직선제를 유지하는 것 외에 지방의회가 지원자 중에서 또는 지방의원 중에서 지자체장을 뽑거나, 지자체장 권한을 의회로 분산시키는 것을 주민투표를 거쳐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올해 초 시행에 들어간 지방자치법의 ‘자치단체 기관 구성의 다양화’ 특례 규정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한다.

정부의 특별법 추진은 지자체의 자율성과 다양성 확대 차원이라지만 난데없고 뜬금없다는 반발이 나온다. 당장 대선을 코앞에 두고 행안부가 설명회를 여는 것도 의구심을 낳는다. 지난해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자체장 선임 방법을 포함한 지자체 기관 구성 형태를 달리할 수 있고 이 경우 주민투표를 실시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정작 지방자치 현장에선 그런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그 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도 몇 명이나 제대로 알았을지 의문이다.

우리 지방자치제는 1991년 지방의원, 1995년 자치단체장 선거 이래 주민 손으로 대표를 뽑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지켜왔다. 물론 부작용이 없지 않다. 선거 때마다 매표행위가 판치고 지방 행정이 불법과 비리로 얼룩지는 일이 허다했다. 지자체장이 지방의회보다 권한이 강해서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그래서 2014년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지자체 기관 구성 다양화를 미래 과제로 선정한 이래 선택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정부와 학계에서 이어져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주민 다수의 의견으로 지자체장의 직선제를 고쳐야 한다는 논의가 표출된 적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질 시비가 끊이지 않는 지방의회가 지자체장까지 선출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우려가 앞서는 것도 중앙정부나 정치권, 지역 선동세력의 농간 가능성 때문이다. 자치 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사안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민적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한다. 그 논의의 중심도 정부나 정치권이 아닌 지방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