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강 대 강 대치 계속
“푸틴은 멈춰라” 뉴욕 우크라이나계 시민들, 유엔 앞 시위 1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앞 공원에서 뉴욕 우크라이나계 시민 200여 명이 “전쟁은 안 된다” “푸틴은 멈춰라”라며 유엔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반러시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 참석해 “러시아가 침공의 구실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쟁 지역인 돈바스에서 친러시아 반군 세력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을 받았다는 러시아 국영 매체들의 보도가 침공을 위한 ‘위장전술’일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러시아는 안보리에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은 범죄”라는 보고서를 제출하고 “미국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맞받았다. 러시아는 또 자국 내 미국대사관 고위 인사를 추방했다. 다만 미 국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침공이 없으면 다음 주 블링컨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유럽에서 만나 외교적 해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美 추산 러 병력 15만→19만 명
안보리 참석한 블링컨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그는 “첫째로 러시아가 공격을 위한 구실을 만드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나 공격을 조작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언론도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고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허위 주장을 퍼뜨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두 번째는 이런 조작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최고위급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것”이라며 “여기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자국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해야 한다고 선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안보리 회의에서는 미국과 러시아의 날카로운 설전도 벌어졌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는 병력을 줄였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현장에서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세르게이 베르시닌 러시아 외교차관은 “근거 없는 비난을 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경지대 병력 배치에 대해 “러시아 영토에서 필요한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진짜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추산하는 국경 배치 러시아 병력은 15만 명에서 19만 명으로 늘었다. 마이클 카펜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OSCE 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병력 16만9000∼19만 명을 집결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 러 “안전 보장 없으면 군사 대응”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며칠 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특히 러시아 정부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 차석 대사인 바트 고먼 부대사를 추방하며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워싱턴 주재 러시아대사관의 공사, 참사를 근거 없이 추방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라고 밝혔다. 반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당하지 못한 조치다. 미-러 간 긴장을 높이려는 조치로 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유럽 정상들과 우크라이나 위기를 논의하기 위한 화상 정상회의를 열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조만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장 완화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