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말 종료 예정인 소상공인 대출만기·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재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융당국이 어떠한 결론을 낼 지 주목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원 조치의 질서있는 정상화를 위해 ‘3월 말 만기연장·상환유예 종료’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앞서 “이러한 금융지원은 근원적 해결방안이 아니다”라며 “만기연장·상환유예는 3월 말 종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종료시점까지의 코로나19 방역상황, 금융권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중소기업계 등에서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지속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위에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금융지원을 통해 5대 금융그룹이 유예한 대출 원리금은 140조원에 달하고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영업 대출자는 250만여명으로 대출잔액이 858조원”이라며 “이중 다중채무자는 전체 자영업자의 56%인 140만여명으로 만약 대출 만기, 이자 상환 유예 연장 조치가 이어지지 않으면 빚을 못 갚는 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끝낸다는 것은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는 환자에게서 호흡기를 떼는 것과 같다”며 “고통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계도 금융위에 추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지난 16일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조치에 대해 추가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아 금융위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지원은 유동성 위기 조기 차단과 연쇄도산 위험 예방에 기여해 실제 중소기업도 78.3%가 위기극복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외부적 요인에 건실한 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중소상인·시민단체도 전날인 1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로나피해단체연대·전국가맹점주협의회·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대출금 상환유예 조치 연장, 고금리대출에 대한 저금리 대환 및 원리금 장기분할상환 프로그램 제공 미흡한 손실보상 개선 등 정부의 적극적 대책을 촉구했다.
◆고민깊은 금융위…대선 후 결론 전망도
이처럼 4차 재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방위적으로 높아지면서 금융위도 난감한 상황에 높였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 3차 재연장 이후 줄곧 ”더 이상의 추가 연장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날로 악화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커지는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과 다음달 대통령 선거 후 새로 들어설 정부의 의중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선 이후에나 결론이 내리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9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월 말 종료하겠다고 밝힌 것은 하루하루를 버티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며 ”연장을 검토한다는 말만 하는 재정당국, 금융당국에 화가 난다“며 연장 압박에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금융권을 향해 ”자율적으로 나서서 소상공인의 금융 애로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선제적 상생 협력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3월 종료 원칙’을 강조해 왔던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니냔 의견이다.
산업연구원은 ”향후 금리가 인상된다면 그간 저금리와 코로나19 특별 금융에 의존해 온 부실징후 기업들 중 적어도 일부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산업·기업구조조정 압력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부원장도 ”대출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는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됐지만 금융지원조치를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는 없으며, 조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시장충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질서있는 정상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자영업자의 경영·재무상황에 대한 미시 분석을 진행하면서 여전히 종료 여부를 고심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길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진행 상황과 금융권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치의 종료·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