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담화 갖고 “러시아 수일 내 공격 근거 있어”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국경에 19만 명 집결 美 국방부 “병력 50%가량은 전투 준비 마쳐” 미러 외교장관 24일 유럽에서 회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연설을 하고 있다. © 뉴스1(유튜브 화면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현 시점에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결심을 내렸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긴급 담화를 갖고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군이 수주 또는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려한다고 믿을만한 근거를 갖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280만 명의 죄 없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살고 있는 수도 키에프를 타깃으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결심을 내렸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푸틴 대통령이 아직 군사행동에 결정을 내렸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군사적 충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유엔 회의에서 러시아가 일단 우크라이나 내 자국민 피해를 주장한 뒤, 우크라이나 내 자국 시민 보호를 위한 대응을 선언하고 마지막 단계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며 3단계 침공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단계에 와 있는 셈이다.
마이클 카펜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미국 대사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가 현재 약 16만9000명에서 19만 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인근에 집결시켰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중대한 군사동원”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군의 40~50% 정도가 공격준비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고 ABC뉴스는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군사적 공격을 받고 있다는 친러시아 세력의 주장에 대해 ‘가짜 혐의’, ‘허위 정당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만 명이 넘는 러시아군이 배치돼있는 현 시점에서 우크라이나가 긴장 고조를 선택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과 동맹들이 몇 주 동안 경고해왔던 러시아의 침공 구실(pretext) 마련을 위한 시나리오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접경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서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인들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단행하겠다는 뜻을 재확인 한 것.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도 이날 옌스 스톨렌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만일 러시아가 공격적 행동을 취한다면 경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외교장관 회담 전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는 아직 외교를 선택할 수 있다”면서도 “만약 러시아가 24일 이전 군사적 행동을 취한다면 외교의 문을 세차게 닫아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