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미셀러니]
※‘미셀러니’는 주요 대선후보의 모든 것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동아DB]
이 후보의 인생 첫 멘토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그가 지금까지 은사로 꼽는 김창구 원장이다. 경기 성남시에서 입시학원 ‘성일학원’을 운영했던 김 원장은 10대인 이 후보가 검정고시·대학입시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그를 배려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스승의 날 때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원장과 인연을 회상하는 글을 올렸다. 이 후보는 “(김 원장이 지원한) 무료 학원비만이 아니라 가장 생경했던 것은 기름밥 먹던 가난한 소년이 사회에서 받아본 적이 없던 따뜻한 눈빛이었다”며 “‘재명아 너는 가능성이 있어, 너는 다른 놈이다’라고 무심한 듯 던지는 말씀마다 내심 제가 뭐라도 된 양 마음이 화사해졌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이 후보가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사회생활 전반에 대해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후보가 1989년 성남시청 인근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 때는 개업비용 일부를 지원하기도 했다.
은사와 아버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동아DB]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사법시험(사시) 28회, 33회에 합격해 변호사와 검사로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인권변호사’와 ‘강골검사’는 그들의 각 트레이드마크다. 법조인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디딘 변호사 이재명, 검사 윤석열의 멘토는 누구일까.
이 후보는 1989년 성남에서 개업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시 합격 직후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찌감치 “앞으로 성남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억울한 사람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인근 공단 노동자들의 노동 문제 상담, 시국 사건에 연루된 운동권 대학생 법률 구제가 새내기 변호사 시절 이 후보의 주된 업무였다. 1990년대 후반 이 후보는 성남시민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내는 등 시민운동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이후 2000년 ‘백궁·정자지구 용도 변경 특혜 의혹’, 2002년 ‘분당 파크뷰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을 제기해 주목받았다. 성남 시민사회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선 후보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
‘정책 브레인’ 넘어선 동지 이한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정치적 동지’인 이한주 가천대 석좌교수.[동아DB]
그런 그가 이 후보를 처음 만난 것은 1986년. 성남지역에서 사목하던 진보 개신교 인사 이해학 목사와 빈민운동에 뛰어든 때였다. 지난해 7월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그렇게 이 목사와 함께 활동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이재명이라는 젊은이가 눈에 띄었다”며 “그때까지는 (이 후보는) 소극적 참여자였다. 이재명이 사시에 합격한 뒤 다시 만났다”고 회고했다(‘신동아’ 2021년 8월호 ‘이재명표 성장전략 기획자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의 이재명論’ 제하 기사 참조). 변호사 이재명이 전세 사기를 당할 뻔한 이 교수를 도우며 두 사람의 인연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교수와 의기투합한 이 후보는 성남지역 노동·학생운동가의 변호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민주당 선대위 특임본부장을 맡은 김태년 의원이 이 시기 이 후보가 변호한 대표적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이 교수의 노동·시민운동 인맥과 학계 네트워크가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한다. 앞선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30년 정치적 동지 이 후보(당시 경기도지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尹 아낀 선배’ 이명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가장 존경하는 검사’인 이명재 전 검찰총장. [동아DB]
대검 중수부장, 서울고검장 등을 지낸 이 전 총장은 검찰 내 특별수사통의 대부로 불린다. 이철희·장영자 씨 어음사기 사건, ‘영동개발진흥’ 사건, 국군정보사령부 부지 사기 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처리했다. 수사 능력뿐 아니라 원만한 인품으로 윤 후보를 비롯한 후배 검사들 사이에서 ‘존경하는 선배’로 꼽힌다. 총장 재직 시절인 2002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김홍걸 씨를 구속하는 등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원칙대로 수사를 밀고 나갔다. 2002년 윤 후보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로 이직한 것도 당시 태평양에 몸담았던 이 전 총장의 권유가 작용했다고 한다. 이 전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하고 얼마 안 있어 윤 후보도 경력직 채용 형식으로 검사로 복직했다. 이 전 총장은 최근 윤 후보와 인연에 대한 ‘주간동아’의 취재 요청과 관련해 “언론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으니 이해해달라”며 사양했다.
정상명 전 총장과 인연도 회자된다. 1994년 첫 근무지인 대구지검 형사1부에 배치된 ‘검사 윤석열’이 처음 모신 부장검사가 바로 정 전 총장이다. 정 전 총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 차관, 대구고검장 등을 거쳐 검찰총장으로 영전했다. 현역 시절 특수·공안 분야 수사는 물론, 기획 등 다방면에 능통한 멀티 플레이어로 평가받았다. 정 전 총장은 경북 의성군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TK(대구·경북)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총장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노 전 대통령과는 사시 17회 동기 8인회 멤버로 깊은 인연을 맺었다. 검찰사(史)에서 정 전 총장과 윤 후보가 함께 부각된 일화도 있었다. 2006년 정상명 총장 시절 윤 후보는 대검 중수부 중수1과 연구관으로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수사에 합류했다. 수사 막바지에 재계의 탄원서 제출 등으로 정 전 총장이 정몽구 당시 현대차 회장의 구속 여부를 고심하자 윤 후보는 정 전 총장을 면담해 “정 회장을 법대로 구속해야 한다”고 강경한 의지를 밝혔다. 정 전 총장은 “원칙을 지키려는 수사검사의 충정을 이해한다”며 윤 후보 등을 타일러 돌려보냈고, 곧 구속영장 청구를 결심했다. 당시 정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돼 2008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尹·李 캠프 핵심 4선 의원들
정 전 총장은 2012년 윤 후보와 김건희 씨 결혼식 때 주례를 맡기도 했다. 2019년 윤 후보의 검찰총장 지명 때는 검찰총장 추천위원장으로서 재회했다. 지금도 윤 후보의 대표적인 법조 인맥으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후보의 경우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을 맡은 4선 정성호 의원이 눈에 띈다. 정 의원은 이 후보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연수원 내 언더서클 ‘노동법 연구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했다는 접점도 있다. 이 후보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정성호계’를 자처할 만큼 민주당 내 이 후보의 강력한 지원자다. 35년 이상 이어진 인연을 바탕으로 이 후보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로도 알려졌다. 그가 좌장으로 있는 의원그룹인 세칭 ‘8인회’(김영진·김병욱·임종성·김남국·문진석·민형배 의원, 이규민 전 의원)는 당내 친(親)이재명계 핵심이다.
윤 후보 캠프에선 4선 권성동 의원이 주목받는다. 윤 후보는 어린 시절 강원 강릉시 외가를 찾을 때 이웃인 권 의원과 죽마고우로 지냈다고 한다. 권 의원이 검찰 출신(사시 27회, 인천지검 특수부장 등 역임)이라는 접점도 있다.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사시 25회, 서울지검 부부장검사 등 역임)인 4선 권영세 의원도 정치 선배로서 윤 후보에게 조언하고 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7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